​13. 데이트 폭력과 '사랑해서 그랬어'

제3부. [관계] 사랑과 우정마저 거래되는 장터

by Napolia

​13. 데이트 폭력과 '사랑해서 그랬어'


​그녀는 한여름에도 긴 소매 옷을 입는다. 목에는 얇은 스카프를 둘렀고, 눈가에는 짙은 컨실러를 발랐다.
친구들이 "더운데 왜 그래?"라고 물으면, 그녀는 "그냥, 감기 기운이 있어서"라며 웃는다. 하지만 웃을 때마다 입가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녀의 핸드폰은 1분 간격으로 울린다.
[어디야?] [누구랑 있어?] [왜 답장이 늦어?] [사랑해서 걱정돼서 그래.]
​남자친구다. 남들이 보기엔 세상 둘도 없는 사랑꾼이다. 데릴러 오고, 데려다주고, 밥 먹었냐고 챙긴다. 하지만 그 챙김의 이면에는 날 선 집착이 도사리고 있다.
​어젯밤, 그녀는 5분 늦게 전화를 받았다.
남자는 찾아왔다. 다정했던 눈빛은 야수처럼 돌변했다.
"내가 너 사랑해서 걱정했잖아. 왜 내 마음을 몰라줘?"
고성이 오가고, 물건이 부서지고, 결국 손이 올라갔다.
​다음 날, 남자는 무릎을 꿇고 빈다. 꽃다발을 한 아름 안기고 눈물을 흘린다.
"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미쳐버렸나 봐. 다시는 안 그럴게."
​그녀는 흔들린다. 때릴 때의 공포(진짜)보다, 무릎 꿇고 비는 저 모습(가짜)을 믿고 싶다.
"그래,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거야. 내가 더 잘하면 돼."
그녀는 멍 든 팔에 약을 바르며, 그 폭력을 '격한 사랑'으로 포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범죄다.
'사랑해서 때렸다'는 말은 '배고파서 돌을 먹었다'는 말처럼 성립될 수 없는 모순이다. 사랑은 상대를 지키는 것이지, 상대를 부서뜨려 내 통제하에 두는 것이 아니다.
​집착과 폭력을 사랑이라 포장하는 가해자의 궤변. 그리고 그 '가짜 사랑'의 굴레에 갇혀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눈물.
그녀의 긴 소매 아래 감춰진 시퍼런 멍 자국은 말하고 있다. 사랑은 결코 아픈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남자가 건넨 꽃다발의 향기는 진했지만, 그 꽃다발을 받아든 그녀의 손은 공포로 차갑게 식어 있었다. 가짜 사랑이 진짜 영혼을 파괴하는 현장.




​[작가의 한마디]

"때리는 손에는 사랑이 담길 틈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