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맛집 블로그의 배신

제2부. [현장] 땀방울이 배신당하는 순간들

by Napolia

0​9. 맛집 블로그의 배신


​낯선 동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스마트폰을 켠다. 초록색 검색창에 '맛집'을 입력하는 순간, 찬양 일색의 리뷰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줄 서서 먹는 인생 맛집", "입에서 살살 녹아요."
​우리는 그 데이터의 홍수를 맹신하며 지도 앱을 켜고 길을 나선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다. 검색 1위라는 식당 앞은 인산인해였다. 한 시간의 웨이팅 끝에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메뉴판이 아니라 식탁 위 안내문이었다.
​[SNS에 사진 올리고 해시태그 달면 음료수 1병 공짜!]
[영수증 리뷰 별 5개 남겨주시면 2,000원 할인!]
​사람들은 음식의 맛을 보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어댄다. 공짜 콜라 한 병을 위해, 혹은 2,000원을 아끼기 위해 영혼 없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별점 5점'을 누른다. 맛은 주방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손님들의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음식이 나왔다. 비주얼은 화려하다. 치즈가 폭포처럼 흐르고 색감은 자극적이다. 하지만 젓가락을 댄 순간, 혀끝에 닿는 건 캡사이신과 설탕, 조미료의 뻔한 감칠맛뿐이다. 깊이는 없고 기교만 요란한 '가짜 맛'이다.
​실망감을 안고 나오는데, 맞은편 골목의 허름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때가 묻은 낡은 국밥집.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식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호기심에 들어간 그곳엔 백발의 할머니가 파를 다듬고 계셨다. SNS 이벤트 따위는 없었다. 나온 국밥 한 그릇. 국물 한 숟가락을 뜨는 순간, 나는 멈칫했다.
새벽부터 뼈를 고아낸 진득한 육수, 투박하게 썰어 넣은 고기. 그것은 흉내 낼 수 없는 '진짜'였다.
​하지만 이 집에는 손님이 없다. 할머니는 '키워드'를 잡을 줄 모르고, 돈을 주고 '상위 노출'을 시키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음식만 정직하게 만들면 손님이 알아줄 거라 믿는 그 미련한 정직함이, 디지털 세상에서는 '무능'이 되어버렸다.
​가짜 맛집은 돈으로 산 리뷰로 건물을 올리는데, 진짜 맛집은 월세를 걱정하며 문을 닫는다. 자본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이 우리의 혀를 마비시키고, 진짜 장인들을 골목 밖으로 내몰고 있다.




​[작가의 한마디]

"우리의 미각이 스마트폰 액정 위에서 거래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