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조건이 사랑을 비웃다

제3부. [관계] 사랑과 우정마저 거래되는 장터

by Napolia

​10. 조건이 사랑을 비웃다


​"사랑? 그게 밥 먹여줘?"
드라마 대사가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결혼 시장의 제1강령이다.
​토요일 오후, 호텔 커피숍.
맞선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녀 사이에는 미묘한 탐색전이 오간다. 대화의 주제는 취미나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고 있다.
​"실수령액은 어떻게 되세요?"
"부모님 노후 준비는 완벽하신가요?"
"신혼집은 자가(自家)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남자는 전문직 면허증을 테이블 위에 보이지 않게 올려두었고, 여자는 강남에 있는 부모님 소유의 등기부등본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그들의 눈빛은 연인을 바라보는 설렘이 아니라, 인수합병(M&A)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검토하는 투자자의 눈빛이다.
​조건과 조건의 결합. 사람들은 이것을 "천생연분"이라며 박수를 보낸다. 결혼식장에서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지만, 그 맹세의 유효기간은 '조건이 유지되는 한'이다. 심장은 뛰지 않지만 계산기는 맹렬하게 돌아가는 이 '가짜 연인'들은, 이 시대가 추구하는 가장 합리적인 결혼 모델이다.
​반면, 여기 '미련하다'고 손가락질받는 진짜 연인이 있다.
그들의 데이트 장소는 좁은 자취방이다. 편의점 4캔 만 원짜리 맥주를 나눠 마시며 그들은 서로의 체온에 기댄다. 남자가 가진 건 낡은 운동화와 성실함뿐이고, 여자가 가진 건 따뜻한 응원뿐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벽이 그들의 방문을 두드린다.
"너네 언제까지 그렇게 살래?", "내 친구는 이번에 30평 아파트 해왔다더라."
​비교라는 독화살이 날아들 때마다 견고했던 사랑에 금이 간다. 전세 대출이 거절당한 날, 남자는 고개를 숙였고 여자는 울었다.
"우리 헤어지자. 자신이 없어."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다. '진짜 사랑'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능한 죄인이 되고, '현실 감각'이라는 차가운 단어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가짜 사랑은 펜트하우스에서 와인을 마시며 건조한 삶을 영위하고, 진짜 사랑은 골방에서 소주를 마시며 지난날의 뜨거움을 안주 삼아 운다.
​계산기가 심장을 이기는 세상.
조건 때문에 사랑을 버리고 배경 때문에 사람을 선택한 삶. 그 안락한 침대 위에서 당신은 과연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까. 옆에 누운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신 명의의 아파트를 사랑하는 것인가.




​[작가의 한마디]

" 콩닥콩닥 심장 소리가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보다 커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