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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작가 Sep 17. 2022

몰락하는 시대여, 영원하기를

#20220904 웨더 스테이션

불과 10년 전 '기후위기'라 불렸던 것이 이제는 '기후재난'이 되었고,

막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보다 체감하는 요즘.

수많은 전시에서도 기후재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최근 삼청동에서의 <웨더 스테이션> 또한 같은 맥락의 전시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지구에 남은 인류의 피조물인 '탐사로봇'이 남긴 이야기를

실제 로봇의 음성과 움직임, 영상을 통해 전달해주었고,

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기 전이었기에 전시의 의미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힌남노는 하루아침에 사라졌지만, 우리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남겼고

앞으로 태풍, 가뭄, 장마, 폭염 등 더 큰 기후재난이 우릴 덮칠 거라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 언젠가 에는, <웨더 스테이션>에서의 디스토피아처럼 인류는 절멸해버릴 것이며,
우린 지금 발전이 아니라 몰락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우리가 몰락의 길로 향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나는, "몰락하고 있는 이 시대가 영원하기를 바란다."

끝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는 이 과정이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끝없는 재난들이 삶을 침범해오지만, 그럼에도 삶을 살아낼 가치가 있고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남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년 9월 4일, 삼청동의 <웨더 스테이션>은 곧 사라져버리겠지만,

난 계속해서 바라고 계속해서 외칠 것이다.

"몰락하는 시대여,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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