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즈음,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이었던 것 같다. 상암 하늘공원에 갈대가 한참이던 날.
공원에 도착했지만, 시간이 밤을 불러와 노을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너무 어두워 공터처럼 보이는 갈대숲을 아쉬운 대로 걷기 시작한다. 사람들도 물러나 조용한 이 공간이 발걸음 소리만으로 가득 찬다. 한 발짝 한 발짝 춤을 추듯 느린 걸음, 가로등만이 흙길을 비추던 그날. 공원에서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방향을 바꿔 공원 입구로 나오자 사람들이 줄지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이 소란스럽다. 혼자 걸어 내려가기로 결심한다. 소리가 점점 멀어지자, 다시금 조용해진다. 발길에 차이는 낙엽소리와 가끔 마주치는 버스의 불빛 말고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다. 이 길과 적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삼십 분 정도를 걷자 주변 풍경들이 도시의 불빛에 밝혀진다. 저 끝엔 공원의 출구가 내 옆엔 거대한 8차선 도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차들이 매연을 뱉으며 존재의 소리를 내고 있다.
처음으로 서울의 소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