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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Apr 03. 2024

어르신들, 노랗다고 다 유채꽃은 아니오!

하루가 다르게 새봄은 무르익는다. 가지마다 몽올몽올 움트는 연둣빛이 대견하여 폰을 열고,

담기가 무섭게, 연둣빛은 을 빛내며 작은 주먹을 펼쳐 보인다.

세상에, 너무 빠른 거 아니니? 대단하구나 너희들!

동그래진 눈으로 감탄의 레이저를 쏘아보내며 한참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본다. 작은 것은 작은 대로 커다란 나무는 커다란 대로, 봄의 제전에 일조하느라 부산하니, 한가로이 그들의 잔치를 구경하는 이 계절, 눈이 부시고 마음이 부시다. 황사도 꽃샘추위도 그들을 막지 못한다.


허브 천문 공원에는 갓 옮겨 심은 허브들이 봄바람에 새들새들, 움직거리며 귀를 쫑긋거리고 있다. 허브의 종류도 다양하여 이름을 기억하기도 어렵다. 겨우 로즈메리나 제라늄, 티트리, 에키네시아, 세이지 같은 몇몇 이름만 외우게 된다. 잎이 자라 무성해지고, 꽃을 피워 향기 폴폴 풍기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갈수록 빨라지는 계절의 진행 속도. 정말이지 어지러울 지경이다. 작년에도 우르르 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피더니, 또 우르르 단체로 지고 녹음이 우거지고는 하였던 기억.....


갈수록 빨라지는 자연의 시계 앞에서 무력함과 겸손을 배우며, 봄의 전령들을 맞이하게 된다.

'나 좀 보아요!' 작고 가녀린 풀꽃들이 작게 속삭이는 소리. 걸음을 멈추고 몸을 구부려 그것들을 응시한다. 노랗고 깨알만 한 꽃들이 웃고 있다. 소중한 웃음을 카메라에 담아내며 그 이름이 궁금해졌다. 아무리 작고 하찮아도 이름은 있겠지, 짐작하며 잠시 눈을 감는다. 잔상 가득

작은 꽃들이 웃고 있다.




"이 꽃들이 유채꽃인가?"

"응, 그런가 보구먼."


어르신(연륜이 꽤 있어 뵈는 음성) 두 분이 지나가며 나누시는 대화에,

쿡, 하고 웃음이 비어져 나오려 했다.

'어르신들, 노랗다고 다 유채꽃이 아니오. 그 흔한 유채꽃 모른단 말이오?'

나도 몰래 어르신들의 등 뒤에 묻고 있었다. 물론 속으로.

'그럴 수도 있지. 예전에 서울토박이 지인 하나가 물었었지? 쑥을 어떻게 알고 캐느냐고. 풀하고 쑥하고 어찌 구분하느냐고. 다 큰 성인이 쑥을 모르다니,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


사실 나도 이름을 몰랐다. 작고 귀여운 그 풀꽃 이름을. 하지만 분명 유채꽃이 아니란 사실만은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와 산책 중에 이름에 관해 알고 싶은 강력한 계기가 생겨다.

"이건 매화꽃, 이건 벚꽃일 거야, 아마도."

이름표도 없는, 꽃이 만발한 나무들 곁을 지나며 아이한테 이름을 알려주는 나도 이름이 점차 혼동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피어 매화인지 벚꽃인지 헷갈리게 하는, 계절이 내놓은 수수께끼! 매화가 먼저 피고 그다음 벚꽃인데. 저건 분명 벚꽃인데 하필 매화나무 곁에서 숭어리숭어리가 소담스레 피, 나를 혼돈에 빠뜨리는가......  나도 아이도 미궁에 빠진 기분이 되었다.

명쾌하게 일러주지 못하여 한스러울 따름. 


우리 같은 사람이 또 있었던가. 지나가는, 역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두 분의 대화....

"이건 둘 다 매화인가? 벚꽃인가? 비슷한데 좀 다른 것도 같고..... "

어르신들도 딜레마에 빠져든 게 분명했다. 그중 남자 어르신이 다가오더니, 꽃그늘 아래 시비(詩碑)를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레지꽃이래. 저기 나무 팻말에 쓰여 있네."

동행했던 여자 어르신 역시 그래? 하시더니, 두말도 않고 가버리신다.

'어르신, 그건 그 나무의 이름표가 아니요, 그건 그저 시비일 뿐이라오.

그리고 궁금해하시는 그 나무는 하나는 매화이고 하나는 벚꽃이 분명합니다!'

나는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며 벚꽃과 매화의 구분을 시켜드리고 싶었으나, 오지라퍼가 될 용기는 차마 내지 못하였다.


얼레지꽃 (사진 : 지식백과에서 캡처)


어머니, 냅 두세요. 웃음으로 나를 말리는 아이. 나이 든 어르신들이라고 하여 다 그런 오류를 범하지는 않겠지만, 매사에 그런 방식으로 접근, 판단하시면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으며, 믿고 싶은 것만 믿어버리는 오류. 연륜이 깊어갈수록 지혜가 깊어지기보다 이 같은 오류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면? 진리와 진실을 보는

시야가 좁아져 외골수가 되고 말 것이 아닌가? 가뜩이나 시력 청력이 약해져 가는 시점이라면......


모르는 건 역시 검색이 최고지. 궁금한 것은 참지 말고 지식 인에 검색해 보자. 백 프로까지는 아니어도 거진 반은 해결될 것이다. 검색해 보았더니 노랗고 깨알 같던 풀꽃은 꽃다지라고, 어느 친절한 분이 답변해 주신다. 꽃다지에 대해 또 검색을 했다. 나물로도 약로도 쓰인다는 겨자과(혹은 십자화과, 배추과)의 꽃다지(학명 : draba nemorosa)! 햇빛 닿는 곳 어디라도

흔하디 흔하게 피어 주목받지도 못할망정, 꿋꿋하게 피어나서는 봄 전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꽃다지. 그 꽃의 씨앗은 심장질환에도 좋고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미안하구나, 꽃다지야! 이렇게 어여쁜 이름을 가진 너를 몰라봤구나.

민중의 상징인 너에 대한 노래도 있는 줄 이제 알았구나.


다음은 매화와 벚꽃에 대한 차이를 검색할 차례. 과연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블로거의 글이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매화는 꽃자루가 없이 가지에서 바로 꽃이 피고, 벚꽃은 꽃자루가 약 2센티미터 정도 나와 꽃이 핀다는 점. 오오! 유레카! 역시, 모르는 건 검색이 최고구먼.

'어르신들, 분홍빛이라고 다 같은 꽃은 아니라고 하네요. 얼레지꽃은  더더욱 아니고요.

저도 덕분에 한 수 배웠답니다.'

전자기기 덕분에 궁금증을 해갈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봄산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르신들, 뭐든 궁금하시다면 저처럼 검색을 해 보세요. 오백 원도 안 든답니다.


(어르신들, 왼쪽이 매화이고 오른쪽이 벚꽃이 분명합니다만,,,,,.)



노래, 꽃다지 : https://youtu.be/c6ER9CTPF0M

꽃다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 참조 : https://naver.me/xkIGg1ok

살구꽃, 매화,  벚꽃 쉽게 구분하는 법 참조 : https://naver.me/GFe4Pdc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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