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의 기간도 어느덧 끝이 났다. 무력감의 공격으로 그날이 그날인 나날들. 어느 순간, 조급한 마음은 진격을 외치며, 어기적거리는 내게 채찍을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한시바삐 출퇴근 대오(隊伍)에 합류하여 굼뜨게 돌아가던 심장박동을 정상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알바몬 구직광고를 샅샅이 훑고 또 훑었다. 열두어 군데쯤 지원을 해 놓고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초복을 지나 중복을 향해 달려가는 더위의 맹렬한 입김도,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뙤약볕과 국지성 소나기도, 그 무엇도 취업에의 강렬한 의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일주일 사이에 면접을 다섯 군데쯤 보았고, 다행히 컨디션도 괜찮았다. 세 군데 회사에서 러브콜을 보내와 쾌재를 부르면서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나, 깊디깊은 고민으로 두뇌는 풀가동을 하며 채근을 해대는 것이었다. 어디를 택해야 하나.
어떤 선택을 해야 잘했다 소문이 날까. 선택을 안 할 수는 없는 걸까, 선택을 대신해 주는 인형은 없을까.
------ Chat GPT 작품------
A란 회사는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 교통비가 안 들어 딱이지만 주 6일 일하고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며 평일 하루만 휴일이다. 게다가 오후조 고정 근무에 카운터도 매장관리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곳을
다니면 사군자도 계속 배울 수 있고, 주일 예배도 빠지지 않고 드릴 수 있다.
B회사는 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으로, 주 5일 근무를 하는 식품회사다. 고급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소규모 신생 업체인데, 해썹 업체라 눈만 내놓고 일을 해야 한다. 주일 예배에 지장이 없고, 화요일 사군자 수업은
포기하는 대신, 하고자 한다면, 좀 비싼 수업료(문화센터에서 배우는 것의 10배 정도)를 내고 토요일마다
인사동에 위치한 선생님의 화실로 찾아가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 구미가 당기는데 좀 추울 거라고 주위에서 만류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고민이 조금 된다.
C회사는 365일 운영되는 요양센터인데, 스케줄 근무를 해야 하는 대신, 평일 휴무의 이점(병원 진료나 은행 볼일 등등)을 누릴 수 있다. 일단 사군자는 훗날을 기약해야 하고 예배도 격주로만 드려야 한다. 10년 된 선임자와 호흡을 맞추어 가며 센터의 경영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제일 맘이 당기기는 하는데 거리가 좀 먼 것이 흠이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가면 바로 센터 근처에 도착할 수 있다. 또,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도 되는데, 그럴 경우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면접 당일 낮에는 버스로 40분 정도 걸렸으나, 출퇴근 시간에는 분명 정체가 심할 테고, 천상 출근은 지하철로 해야 할 것 같은데, 지하철 출퇴근이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인파에 지쳐 출근하다가 근무 시작도 전에 지쳐 나가떨어지면 어쩌나.
'A를 택해, 가깝잖아! 안 돼, 돈 계산을 해야 하잖아. 계산이 안 맞으면 캐셔 책임이고 자비로 물어내야 되잖아. 그렇담 B를 택해! 안 돼, 추운 데서 반복작업하면 여기저기 골병들어. 다들 걱정하며 말리잖아, 다시
생각해. 그러면 C를 택해! 거기는, 너무 멀어, 그리고 예배도 빠져야 하고, 사군자도 어찌 될지 모르고.....
그럼 어쩔 거야? 빨리 결정해. 나도 모르겠어. 누가 나 대신 결정 좀 해 주면 안 되나? 여러 군데서 러브콜이 와도 문제로군. 한 군데서만 왔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련만. 이런 것도 즐거운 비명이라고 봐야 하나.'
기껏 달려와도 출발점에 다시 도달해 버리는 생각들! 골치가 지끈거렸다. 과부하를 막아줄 냉각수가 필요했다.
'결정을 하자, 결정을!'
일단 A는 휴일이 너무 적어 반려하고, B와 C 모두 같은 날 출근예정일이었는데, C회사에서 하루 먼저 출근해 달라 요청을 해 와서 일단 수락을 하였다. 첫날은 배움의 연속이라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화다닥 지나갔다. 그러는 중에도 고민은 분열의 분열을 거듭하는 가운데 퇴근을 하였고, 마침내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 B회사에 연락을 했다. 사정이 생겨 근무가 어렵겠노라고, 죄송하다고.
'이제 죽으나 사나 이곳에서 견디기. 잘할 수 있지? 있을 거야. 이상, 고민 끝!'
교통정리가 끝나고 이내 머릿속이 맑아졌다.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모든 것이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될 것이라는 기대와 안도감. 방 탈출 게임이란 걸 해 본 적은 없지만 방을 탈출했을 때의 해방감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이틀째 출근을 앞두고, 살아나는 명랑 세포들을 수없이, 수없이 쓰다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