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요즘 나는 ‘무엇을 할까’보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먼저 묻는다.
채우기보다는 느슨하게 비워가며,
내 안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들어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려던 마음을
이제야 비워내고 내려놓으면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작은 계획 하나만 세운다.
'생각하지 말고, 움직여라'
수없이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역시나 몸은 쉬이 따라주지 않았다.
일단 이불밖으로 나오자!
신발을 신자부터 시작했다!
퇴사 1개월째인 1월,
시베리안 바람이 살랑일 때여서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극강의 추위는 사람을 움츠러들게 했다.
퇴사 2개월째인 2월,
아직 추위를 이기고 문밖을 나갈 여유가 없었다.
아이들의 방학이었다.
나 혼자만의 정당한 핑계였다.
퇴사 3개월째인 3월,
봄이구나 할 겨를 없이 꽃샘추위가 왔다.
이 정도면 내 계획은
날씨에 큰 영향을 받았구나 싶지만
결국 의지가 없었던 것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새로운 일의 준비하는데 지장이 없었던 탓에
쉽게 밖으로 나가는 걸 미루고만 있었다.
퇴사 3개월째인 3월 말,
준비해 왔던 사무실계약과 함께
수없이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결과로 만들어낼
상황이 코 앞에 닥쳤다.
퇴사 4개월째인 4월,
드디어 조촐한 고사를 지냈다.
지인과 가족에게만 나의 시작을 알렸다.
준비하면서 이렇게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돈을 써봤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못썼을 범위였다.
대신 사무실 집기 하나하나에
잘되길 염원하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사무실이 생기니 목적의식이 저절로 솟구쳤다.
드디어,
몸이 움직여졌다.
버스를 타면 15분 내 거리지만
'걸음걸음이 가벼웠다.'
'햇살도 내편이고, '
'바람도 내편이고, '
'모르는 행인들 마저도 내편 같았다.'
4월 그 거리엔 벚꽃과 개나리가 만발했다.
이보다 더 어찌 좋을 수 있을까?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다.
아직도 많은 계획을 이뤄내야 하지만
작은 계획일지라도 그것들이 쌓여서
온전한 나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하니 못할게 없어진 느낌이다.
그래서 오늘의 작은 계획은
해보고 싶었던 일을 글로 꺼내보는 것.
글 속에 스스로를 담아보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아주 가볍게라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이건 어쩌면 작은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아주 크고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조용히 덮었던 챕터 위에, 이렇게 새 페이지를 펼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