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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Aug 01. 2023

봤는데 못 봤습니다.

"사진 보내면 선생님 안 오실까 봐요"

띵동

문이 열리자 군가 환한 미소로 나를 반준다

이미 문자로 수많은 대화가 오고 간 터라

첫 만남이었지만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반가운 눈인사가 채 끝나  내 시선을 끈 곳은

현관문을 연 고객님 뒤로 얼핏 보이는  내부였

"!

짧지만 강렬한 속내 나도 모  으로 새 나

방 2개, 베란다가 딸린 10평대 집안 습은 놀라웠다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물건으로 빼곡히 워져 있었다

놀란 내 모습을 본 고객님 반응이 참 위트 있


고객님)"사진 보내면 선생님 안 오실까 봐요^^

나) 잘하셨어요


어지러운 방에 비해 오고  대화는 꽤 심플


원래 상담을 가기 전 사진을 먼저 받아보고 어느 정도

난이도를 예상하는 편인데 이번엔 어쩐 일이지 고객님이 이 핑계 저 핑계 끝내 사진을 보내주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그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문자느껴졌던 고객님의 겸손한 말투와

서글서글한 첫인상을 마주한 순간,

난 이미 하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조건이 있었다.

내가 제시한 조건은 이 두 가지였다.

1. 작업을 끝내기 전까지 딴 약속 잡지 말 것!

2. 열심히 도울 것!

이 두 가지만 잘 지면 시간이 아무리 오버되어도

3일 치 비용만 받고 책임지고 내 그대 의 질을 올려드리리다


그렇게 시작된 정리는  정확히 일주일 걸렸다.

물론 고객님과 나, 두 사람 모두 약속을 지켰다

고객님은 묵묵히 나를 믿고 따라오셨고

나는  약속대로 3일이 지난 후에도

이전과 똑같은 정성을 들여 정리를 이어나갔다

내가 살 곳이라 생각하면 어느 곳도 대충이 안 됐다

공들인 만큼 변해가는 집을 보며 성취감 컸다

일하다 힘들면 발 디딜 틈 없는 구석서

굴러다니는 고객님 수면바지를 이불 삼아 덥고

1~20분 눈 좀 붙이 다시 또 리가 맑아졌다

이 삼 일간의 대 분류를 마치고 나니 서서히 물건들의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손 닿은 만큼 변해가는 과정

힘든 구간이 끝나면 속도가 붙기 시작하고

또 정체기가 왔다 우연히 해결되고,

그렇게 지루 할 틈 없이  일주일간 고객님의 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참 신기했던 게 머냐면

그렇게 들락날락거리면서 안방에 봉춤 출 때 쓰는  봉이 설치 돼 있는 걸 5일째 되는 날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깜짝 놀라 여쭤보니 원래부터 있던 거란다

첫 방문 날,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니 진짜 있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존재감이 큰 물건을

눈앞에 매일 보고도 보지 못했다;;;

정신 사나운 포인트가 많으면 시선이 분산돼서

실제로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람의 뇌는 산만한 환경에 출되면

집중력 감소는 물론 무기력증 , 잦은 피곤함을

느낀다고 한다

사실 우울증과 정리는 연관성이  많다

항상 긍정 에너지만 가득할 거 같은 우리 고객님도

집을 이렇게까지 방치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번아웃을 겪으며 음식과 쇼핑으로

허한 마음을 달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마음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건  물건도 음식도

아니란 걸 이 일을 하면서 많이 느낀다

정리를 마친 고객님은 예전의 삶을  찾았다

전처럼 집에 사람도 자주 부를 거라고 했다

왼쪽: 정리 전                                         오른쪽: 정리 후


살면서 설사 다시 정리 요요가 찾아온다 해도

혼자서도  충분히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

힘든 만큼 실력이 는다고 나랑 일 주간 함께 고생하며

직접 체험한 경험들은 결코 헛된 게 아닐 테니 말이다.

만약 100프로 남의 손을 빌려 정리를 마쳤다면

그 당시 몸은 편했을지 모르나, 진정 내 것이 되긴 힘들었을 거다

정리의 처음과 끝을 같이 하며 함께 의견을 나누는 게 유지하는데 있어 더 이롭다는 사실을 전하며 고객님의 건강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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