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인터뷰
며칠 뒤, 숨고에서 전화가 왔다.
얼마 전 있었던 그 일로 숨고에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했던 고객말대로 당연히 컴플레인 중재 전화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전화는 솔직히 반갑지 않았다.
덤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고수님. 숨고 ○○ 매니저입니다.”
나는 빨리 끊고 싶어 최대한 짧게 대답했다.
그런데 통화 내용은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리수납 1인가구 전문 고수.’
숨고에서 고수로 활동 중인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다른 고수님들에 비해 내가 조금 튄다고 했다.
그 당시 몇백 번의 수정을 거쳐 올렸던 내 소개 글에는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매니저님은 그 부분을 특별하게 봐주셨다.
몇 년 뒤 숨고 본사에 촬영 일정으로 방문했을 땐,
날 먼저 알아보고 정겹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 진짜 많이 반갑고 신기했다.
보통은 영업할 때 업체명이나 본명을 아이디로 쓰는데
나는 ‘각 나오는 이선생’이라는 닉네임을 썼다.
일단 그것부터 눈에 띄었다고 했다.
1대 1 정리라는 작업 방식과 고객을 대하는 태도, 일하는 스타일이 단순한 작업자가 아니라
진짜 전문가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의 내 노력들이
헛수고는 아니었구나 하는 위안이 들었다.
매니저님은 내가 가능한 시간대에 맞춰 약속을 잡고,
약 한 시간 정도 일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할 거라고 했다.
이 인터뷰 내용은 추후
숨고 레터와 브런치 등에 소개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당시 나는 브런치가 뭔지도 몰랐다.
그게 뭐냐고 굳이 다시 묻지는 않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한동안 멍했다.
혼날 줄 알았는데 칭찬들은 사실보다
인터뷰는 유명한 사람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나만의 영업방침으로 1년간 죽어라 고생했더니
내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도 생기는구나 싶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날아갈 거 같았다.
사실 내가 좀 다르다는 말은 고객들에게도 종종 듣던 이야기였다.
나만의 차별성은 1대 1 컨설팅만이 아니었다.
MZ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디어 수납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다이소에서 파는 수납도구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나는 국내 도매 사이트나 해외 도매 제품을 구매했다.
해외 배송은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많아서
새로 나온 신상들은 일단 먼저 써보고,
좋다 싶으면 아예 100개씩 구매해 뒀다.
베란다 한켠을 수납 도구 창고로 만들었다.
이렇게 미리 준비해 둔 것들은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덕분에 내 가방은 고객들로 하여금
‘도라에몽 가방’이라고 불렸다.
꺼내는 것마다 신기한 물건들이 계속 나온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미국의 한 정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했다.
수납도구가 국내 전문가들이 쓰는 제품들과는 조금 달랐다.
그래서 나는 투명 아크릴이나 패브릭 소재의 수납도구를 많이 사용했다.
원룸 특성상 주차가 어려운 곳이 많아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에 가볍고 부피감이 적은 패브릭 바구니가 특히 유용했다.
옷장 정리에서는 딱딱한 플라스틱보다
접이식이라 유연한 패브릭 바구니가 공간에 훨씬 잘 들어갔다.
게다가 패브릭 특유의 따뜻한 감성은 덤이었다.
주방 정리 때 썼던 투명 트레이나 회전형 수납도구는
꺼낼 때마다 고객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사냐고 물어보는 고객들이 많았다.
지금은 웬만한 건 다이소에도 다 나오지만 그 당시에는
오프라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제품이었고,
있어도 하나에 몇만 원씩 하는 고가 제품들이었다.
나는 도매로 구매하니 조금 더 절약할 수 있었고.
고객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서비스로 제공하니
부담 없이 내 마음대로 다양한 곳에 써볼 수가 있었다.
보통 컨설팅에 사용하는 수납도구는 고객 부담이 원칙이다.
사용한 만큼 실비로 처리된다.
하지만 나는 작업 전 후 사진을 쓸 수 있게 해 주면,
그 집에 필요한 수납도구를 마치 주인장 마음대로 내주는 오마카세처럼 제공했다.
컨설팅 금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납도구를
증정해 드린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미리 고지하고
계약서 작성 시 사진 사용 동의를 받았다.
거절하는 고객도 있었지만 기분 좋게 찬성하는 쪽이 더 많았다.
참고로 나는 기브 앤 테이크 이 말을 가장 좋아한다.
남들에게 보이기 어려운 개인 공간을 열어준 고객에게
그 정도 혜택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내 블로그에는 리얼한 정리 전 후 사진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우연히, 호기심으로 응했던 숨고 인터뷰.
그 인터뷰를 계기로 진짜 생각지 못한 변화가 시작됐다.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