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영입한 친구는 직업이 간호사라 근무 시간이 낮. 밤을 가리지 않는 데다 집이 꽤 멀다.
한번 만나려면 중간지점도 기본 1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밤새 일하고 와서 잠도 안 자고 봉사하는 건 좀 무리지 싶다
간호사 친구는 상황이 될 때만 알아서 오라 하고 처음 계획했던 친구랑 둘이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봤다.
아는 복지사님께도 연락해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해놨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따로 없다 동사무소도 가보고 여기저기 우리의 의도를 어필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한 봉사포털 사이트에서 주말에 가능한 곳을
발견했다
재단에서 운영 중인 복지 사업을 통해 지적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곳이었다
이들은 함께 숙소에서 생활하고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일터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하는 일은 회사 유니폼, 숙박업소, 찜질방에서 나오는 세탁물을 관리하는 일이다
동네 세탁소랑은 차원이 달랐다
공장에 가까운 분위기랄까?
뭔가 체계적이다.
마치 직물을 짜는 것처럼 생긴 커다란 기계에 2인 1조로 합을 맞춰 호텔 침구를 넣어주면 꼬깃꼬깃 했던 섬류가 빳빳하게 펴져서 나온다
초대형 건조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도 힘차게 돌아가고
다 된 빨래는 칼라별로 분류된 라벨에 맞춰 알파벳 순서대로 옷걸이에 건다
여기선 빨래가 그야말로 과학이었다
몇 시간 동안 진짜 제대로 일했다
내가 실수 없이 일을 해줘야 그분들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끝나고 나니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은 개운했다
새해 첫 봉사로 화려한 스타트를 끊은 거 같다
일단 실행에 옮겼단 자체만으로 뿌듯했다.
2월에도 또 여기서 할지, 친구와 나는 일단 말을 아꼈다.
그로부터 얼마 뒤, 우린 적성에 딱 맞는 새로운 봉사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