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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Mar 12. 2024

당장 이 사람들 좀 치워주세요

정리 수납 전문가 과정을 배우던 당시, 처음으로 정리 봉사활동을 가게 됐다.

우리 집이나 지인들 집 연습 만으론 한계가 있 나는 한 회도 빠지지 않고 다 참여했다

정리 봉사 방문하는 집들은 대체로 반적이지 않은 경이

주로 티브이에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집들이 많다 

거의 쓰레기집을 점령했다고 보면 된다

처음엔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충격이 컸지만 비슷한 상황들을 몇 번 더 마주하니 그것도 차차 무뎌다.

일하다 보면 바퀴벌레나 쥐를 봐도 순간만 움찔할 뿐,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게 된다

여길 얼른 치고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잔 각오로 조금 더 서두 뿐이다

언젠가는 머릿니나, 바퀴벌레 알을 집으로 데려온 적도 있었다.

근데 그것도 나중엔 요령이 생겨 큰 비닐을 챙겨간 ,

시작 , 가방과 겉 옷 넣어 꽁꽁 으니 괜찮았다.

렇게 여러 경험을 쌓으며 약속된 집들이 차례대로 끝나갈 무렵, 이 일을 하면서 평생 두고두고 잊지 못할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엄마와 딸, 어린 손녀, 이렇게 셋만 사는 집이다.

이혼한 딸이 엄마 집에  들어와 살면서 예전보다 늘어난 살림으로 정리가 급한 상황이

당시 나는 주방을 맡았

최소 10년 이상 조미료가 발견될 정도로 버릴게 많았다.

어머님 고물상을 하시고 따님은 의류  매장에서 일을 한다고 들은 거 같다.

그래서 방마다 잡동사니와 옷이 많았던 걸로 기억다.

서둘러 주방마치고  옷방으로 합류하기 전,

근처 편의점에 다 같이 먹을 커피를 사러 잠시 나갔다 왔다.

불과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인데 집 근처에 다다르니 뭔가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들린다

급히 뛰어 와 보니 마당에 다들 나와있었다

한 선생님은 신발도 신지 않맨발로 고객님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있고 고객님은  벌게진 얼굴로 어딘가 급하게 전화를 걸고 있다.

그리곤 이내,  화 잔뜩 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장 이 사람들 좀 치워주세요.


우리를 치워달라고?

나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안이 벙벙다.

나보다 더 놀란 건 대님이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잠깐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물어봐도 다들 얼어서 아무 말도 못 .

알고 보니 옷방에 계시던  선생님들끼리 정리하면서 한분이 객님 험담을 하다 걸린 거였다.

고객님이 나이도 젊고 의류업에 종사하다 보니 좀  짧고 화려한 옷이 많았 모양이다

그 옷들을 보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하 발언을 하셨으니 대체 그걸 어찌 주워 담을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이건 좋은 마음으로 하는 봉사 활동 아니던가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이런 일을 다니는 거냐고 객님이 따져 물을 때 우리는 다들 얼굴이 뜨거워 고개조차 들 수 없었다.



고객님은 건강한 사고방식으로 엄마에게 더 이상 걱정 끼치지 않으려 열심히 사는 사람 같았다

설령 그녀가 건전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한들, 지금 우리가 하는 봉사와는 상관없는 이다.

우린 그냥 우리 일을 하면 된다

세 모녀가 지금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게 깔끔한 정리정돈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정리수납 서비스를 받은 대부분의 고객님들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신다

대신 치워주셔서 정말 마워요.

치울 물건이 많아 미안.

 이런 모습 보여주는 게 속으론 민망.

우리를 향한 고객님의 복합적인 감정에 그야말로 찬물을 씨게 끼얹은 듯하다.

님이 고객님을 진정시킬 동안 나는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선생님 짐을 챙겨 밖으로 모시고 나왔다.

아무래도 고객님이 선생님을 볼 때마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거 같니 일단 집에 가서 기다리시는 게 좋을 거 같다.

막말 수위가 워낙 높다 보니 실드가 불가했다.


당시 우리가 했던 봉사는 인이 아닌 할 내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복지 사업으로 , 이 일로 협회 이미지 실추는 물론  밥줄끊어 놓을 수 있는 야말로 엄청난 실수다.

사실 그런 말은 누가 책임을 지고 안 지고를 떠나 가까운 사이절대 해선 안 될 언행이었다.


이 모든 일들이 한창 바쁠 시간에 일어났다

방금 이사 온 것처럼 짐들이 다 나와 있는 상태라 만약 여기서 중단하면 고객님 혼자선 수습이 불가할뿐더러 퇴근 후 집에 온 머님도 놀라실 테우린 진심을 다해 고객님을 설득했다

일단 상황을 수습할 수 있게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고객님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니 어머님이 알면 속상해하실 거 같다며 단 집 정리부터 마치고 다시 얘기하기로 겨우 마음을 돌리셨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선을 다해 일했다.

한번 내뱉은 말은 이미 주워 담을 수 없고,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고객님께  미안한 마음을 할 길은 정성껏 집을 치우는 것  할 수 있는 도리가 없었다. 혹여나  얘기가 나중에 윗 선에 들어갈까 봐 습에 나선 결코 아니.

이미 담당자님 귀에도 다 들어갔다.

그저 진심으로 고객님께 죄송하고 부끄러웠을 뿐이다


어머님 퇴근 전까지 끝내는 걸 목표로 일단 밖에 나와 있는 것들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 난리를 겪느라 날린 시간들을 만회하려면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아웠다.

이런 우리를 보고 고객님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 듯했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커피를 사 오셨다.

감사히 받아 마시는 커피맛이 쓰다.

그저 이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다들 뭔 죄인가?

사고 친 선생님을 원망할 정신도 없을 만큼  정신없이

움직였다


보통 다른 집에 봉사 갔을 땐 오후 4시면 웬만큼 작업을 마치는 편이었는데 이날은 저녁 8~ 9시까지 했다고 들었다

나는 당시 애가 어려서 6시쯤 먼저 들어갔기 때문에

마무리된 것까진 못 봤다

들은 얘기론 고객님 어머님께서 정리된 걸 보시고 우셨다고 한다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고~~~

중간에 그 일만 없었다면 이날은 우리 모두에게 훈훈한 날로 기억됐을 거다.

이후 고객님이 센터와 잘 얘기해서 이번일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다음 봉사 날이 되었다

이번에 그 난리를 겪고 센터 담당자님이 직접 봉사 현장으로 찾아오셨다

물론 그때 선생님은 남은 봉사에는 더 이상 참여 하지 않기로 했다

센터 담당자님은 그래도 안심이 안 되셨는지 오셔서 대표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 가셨다.

결국 고객님의 용서로 그 사건은 해결 됐지만 그날 기억은 아직도 렬하다.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업으로 고객의 집에서 일을 할 때도, 봉사를 할 때도 입조심의 교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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