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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Mar 11. 2024

향기 나는 첫 봉사

라온클린패밀리

작년 12월, 함께 봉사 다니자는 내 뜬금없는 제안에 친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오케이 했다

"그래 하자. 근데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응~ 오늘부터 생각해 봐야지.

그렇게 올해 1월부터 친구와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친구도 나도 평일엔 생계에 충실하고 매윌 둘째 주 토요일 하루만 봉사날로 정했다

어떤 일이든 부담이 없어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친한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한 번씩 혼자 보육원에 가서 갓난아기를 돌봐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친구도 나도 육아 경험이 있으니 아이 돌보는 봉사를 하면 잘할 수 있을 거 같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세히 물어보니 봉사 사이트를 알려줬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지역과 요일이  안 맞다

이럴 때 나는 경주마 본성이 나온다

경주마는 한번 달리면 멈추지 않는다고 남편이 내게 지어준 별명이다

나는 계획 한 건 일단 실행으로 옮긴다

리와 조건이 맞는 곳을 직접 찾아봐야겠다

본격적으로 보육원과 미혼모 시설을 색했다

우린 해당 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톡톡으로 문의도 하며 봉사할 곳을 일일이 알아봤다

아기들이 없어 당장 봉사 할 만한 곳이 없다.

심지어 검색에만 뜨고 운영하지 않는 곳도 있고, 개인 봉사 지원은 받지 않는 곳도 많았다.

내가 생각해도 개인보다 단체오면 일손 부족으로 미뤘던 일도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고, 무엇보다 신뢰성이 보장되니  봉사단체를 더 선호할 거 같긴 하다.

그럼 우리가 팀을 만들까?

나는 활발하게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봉사 동호회 카페부터 가입했다

동호회 자체를 모르니까 일단 배워야겠다

동호회 카페에 가입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의외로

직장인 청년층이 봉사활동에 더 관심이 많았다

오히려 바빠서 더 안 할 거 같은데 말이다

유기견을 돌보는 봉사부터 보육원 아이들을 유원지에 데려가서 하루 신나게 놀아주는 봉사까지~

봉사의  종류도 참 다양했다.

아는 복지사님께도 연락해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해놨다.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가 따로 없다 동사무소도 가보고 여기저기 리의 의도를 어필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봉사포털 사이트에서 말에 가능한 곳을 발견하게 됐다.




재단에서 운영 중인 복지 사업을 통해 지적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는 곳이었다

이들은 함께 숙소에서 생활하고 옆 건물에 치한 일터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하는 일은 회사 유니폼, 숙박업소, 찜질방서 나오는 세탁물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들의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아침 7시까지 서서 님과 만나기로 해놓고 눈 뜨니, 6시 56분.. 이거 실화냐,  

부랴부랴 고양이 세수하고 모자 눌러쓰고, 어제 입은 옷 대충 걸치니 딱 8분 소요,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아직 동도 트기 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꼭두새벽에 봉사를 계획했던가,

급 후회가 밀려오던 찰나 서서를  만나니 다시 힘이 났다.

약 2시간 정도 걸려 9시 5분쯤 작업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세탁된 빨래를 개키는 작업을 했다.

향긋한 비누 향과 스팀향이 은은하니 아침부터 좋은 향기 맡으며 봉사할 수 있으니 기분이 좋다.

직물을 짜는 것처럼 생긴 커다란 기계에 2인 1조로 합을 맞춰 호텔 침구를 넣어주면 꼬깃꼬깃 했던 섬류가 빳빳하게 펴져서 나온다

초대형 건조기는 문이 열린 상태로 힘차게 돌아가고 다 된 빨래는 칼라별로 분류된 라벨에 맞춰 알파벳 순서대로 옷걸이에 건다 여기선 빨래가 그야말로 과학이다 몇 시간 동안 대로 일했다

9~12시까지 쉬지 않고 빨래도 개키고 세탁된 빨래는 열심히 널었다.

잠깐 대기하는 짧은 시간에 옆에 있던 엣딘 얼굴의 봉사자에게  말도 한번 걸어봤다

혼자 왔냐? 왜 왔냐 물어보니 대학생이라 학자금 때문에 봉사하러 왔단다.

벤츠 몰고 온  어남자 봉사자는 봉사 시작한 지 1시간도 안 돼 담배 피는 장소를 묻더니 밖으로 나갔다. 저 사람은 뭔 사고 쳐서 의무 시간 채우러 온 건가?

서서 와 둘이 수군거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시간 또한 재밌다.



라온 클린 패밀리는 중증의 지적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고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일자리와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더불어 자립을 하기 위한 터전이다.

그래서 우리처럼 자원봉사를 하러 온 일반인들도 계셨지만 지적 장애인 분들도 섞여 모두 함께 작업했는데 중간중간 대화를 나눠보니 너무 순수했다.

50대쯤 보이는 한 오빠는( 딱히 호칭을 몰라 그냥 오빠라 부름) 나 일 잘하냐고 농담을 걸어보니 잘한다고 하시더니 말꼬 터주길 기다렸단 듯, 곧바로 뒤쪽에 걸린 본인의 그림 자랑하기 시작했다.

수준급으로 잘 그렸다고 아낌없이 칭찬해 드리니 아기처럼 수줍은 미소로 좋아하셨다.

몸만 어른이지 5~6살 정도의 순수한 어린이와 대화 나누는 느낌이 들어서  내 마음이가 퐁당퐁당 매우 맑음 해 지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실수 없이 제대로 일을 해줘야 그분들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손끝에 정성이 들어갔다.

끝나고 나니 몸힘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새해 첫 봉사로 려하게 스타트 멋지게 끊은 거 같다

일단 실행에 옮겼단 자체만으로 뿌듯하다.

2월에도 한번 더 올지, 그 모르겠다.

일단 너어~무 멀다.

그로부터 얼마 뒤, 우린 적성에 딱 맞는 새로운 봉사를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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