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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Sep 17. 2024

막걸리 한잔에 할아버지는 우셨다

올해 80세 생신을 맞이한 우리 어르신은 하얼빈이 고향이라 하셨다.
은 시절 서울로 넘어온 후론 쭉 엔지니어로 지내셨다고 한다.
손기술이 좋은 어르신의 집안 살림 곳곳에는 짬바가 묻어나는 생활의 지혜를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는 이게 마음에 든다.

전기장판에 이불패드가 밀려도 그러려니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이날 어르신 덕에 이런 꿀팁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현재 타고 다니신다는 오토바이도 직접 수리하신다니 그 연세에 참으로 대단하시다.


우리는 침에 연습생신 축하 노래 불러드렸다.

분위기가 한껏 물오르자 내킨김에 요즘 내가 꽂힌 트로트 노래로  <막걸리 한잔>을 불러드리겠다니 어르신께선 흔쾌히 박수로 흥을 돋워주셨다.

한곡 신명 나게 뽑고 나니 어째 분위기가 싸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시던 어르신께서 갑자기 입을 다문 채 표정이 굳어지셨다.

급기야 서럽게 우셨다.

순간 우리는 당황했다.


"내 노래에 감동하셨나?

솔직히 그 정도 실력까진 아닌데ᆢ

갑자기 왜 우시지,


잠시 뒤, 어르신은 조심스레 손주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마도 우리 또래일 거라 하셨다.

어르신은 가족 생각이 나신 듯하다.

그 후로도 어르신은 대화 중간중간 자주 눈물을 훔치셨다.

원래 눈물이 많으신 건지, 지나온 세월이 어르신을 서럽게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아기처럼 잘 우는 어르신을 뵈니 마음이 애잔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한창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아침에 마포복지센터에서 만난 다른 봉사팀이 어르신댁을 방문했다.

이 날이 명절을 앞둔 주말이라 선물을 전해 드리려고 오신 거 같다.

오랜만에 집에 사람들로 북적이자 어르신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 보이셨다.

우린 거나하게 생신 잔치를 마쳤으니 서둘러 어르신과 인사하고 자리를 비켜드렸다.

좀 전에 우시는 걸  봐서 그런가 어르신 혼자 쓸쓸한 배웅을 받았더라면 나올 때 발길이 안 떨어질 텐데  또 다른 봉사팀에게 바통터치를 하고 후다닥 나오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앞으로 어르신의 얼굴에 눈물보단 웃음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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