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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Sep 16. 2024

용두산아 용두산아 꽃피는 용두산아

어르신께 전할 선물을 받으러 복지센터에 들어선  첫날, 입구부터 왁자지껄 사람들로 붐빈다.

다음 주가 명절이라 이번 주에 다른 봉사 팀도 대거 몰렸다

원래는 우리도 둘째 주에 봉사 예정인데 설 연휴로 인해 2월만 첫 주에 진행하게 됐다.

정신없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복지사님을 찾아서 어르신들께 전해 드릴 소 불고기와 롤케이크를 챙겨 들고 나왔다

그 와중에 열심히 사진 찍은 나는 진정한 프로!



난리통을 뚫고 양손 가득 사수한 선물을 챙겨 고기와 빵을 아주 좋아하신다는 어르신 댁을 방문했다.

우릴 보자마자 오랜만에 외갓집 방문한 손녀를 마주한냥 어르신께선 이것저것 아끼지 않고 음식을 주셨다.

진짜 명절 분위기 제대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어머님이 내오신 뜨끈 뜨근한 가래떡을 마이크 삼아 혹시 몰라 전날 노래방에서 연습했던 용두산 엘레지를 한 곡 뽑으니 공기반 소리반으로 목청을 뚫고 나온다.

어머님께서 방에서 주섬주섬 챙겨 나오신 손바닥만 한 음악 기계에 웬만한 트로트 반주음이 다 들어가 있었다.

중간에 어머님께 가래떡 마이크를 넘겨주니 싫다고 손사래 치시며 빼신다.

그러다 클라이맥스에서 은근슬쩍 합류하신다.

한 두 번 불러보신 솜씨가 아니다.

쩜 이 연세에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 있단 말인가,

꽃띠 소녀처럼 이쁘도 부르신다.  

어머님이 노래 제목을 어머님만의 스타일로 적어놔서 20대 지영 씨가 트로트 제목을 몰라 번호를 못 찾는 상황 한 재미있다.

이를테면 용두산 엘레지 제목을  용두산아 용두산아 꽃피는 용두산아 ~~~

이렇게 적어 논 어머님도, 그래서 노래를 못 찾는 트롯 초보 지영 씨도 귀엽다.

어머님과 신명 나게 트로트를 뽑고 나니 어느새 다음 집을 위해 헤어질 시간이다.

또 다른 어르신댁도 들려야 해서 마냥 놀 수가 없다.

건강한 내년을 기약하며 어머님을 한번 꼬~옥  안아드리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

즐거웠던 시간일수록 헤어짐이 더 아쉽다.

밖에까지 따라 나와 떠나는 손녀들을 배웅해 주시는데

들어가시래도 안 들어가신다.

행여 감기라도 걸리실까 그냥 우리가 빠른 걸음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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