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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각선생
Sep 19. 2024
정리 봉사 첫 번째 집
오늘부터 내 방에서 한번 자볼까?
까다롭게
엄선된 첫 번째 집은 엄마 혼자 아들을 키우는 집이다.
엄마가 허리가 안 좋아서 집안일에 신경을 못 쓰다 보니 많이 어질러진 상태라고 했다.
방문상담을 가서
직접 뵈
니
정말
기력이 없어 보이셨다.
오래 앉아있는 것
조차
힘들어하셨다.
10살 아들은 아픈 엄마를 보며 일찍 철이 들었는지 씩씩하고 예의가 발랐다.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거실과 연결된 큰 베란다가 보이는데 거기가 어수선하니 집 전체 분위기가 어수선해 보였다.
우선은 다른 곳보다 베란다만이라도 좀 정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착한 아들과 아픈 엄마를 보니 마음 같아선 집 전체를 싹 다 해드리고 싶지만
봉사
인원도 적은 데다
전문
가들로 구성된
팀이 아니기에 전체
정리까지는
무리
라 판단,
대신
베란다
외 다른 공간을
조금
더 해드릴
순
있을
거 같다.
이 날은 내 후배 강사님도 함께 동행했기에 강사님이 그날 베란다를 담당하시라 했다.
마침 이때가 4월이라 계절이 곧 바뀌는 시기니 나는 아들과 엄마의 옷을 담당하면 좋을 거 같다.
복지사님까지 총 6명이 하면 5시간이면 충분하다.
너무 힘들게 하면 담부터 봉사자님들이 참여 안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살살해야 된다.^^
어머님께 옷장이 어딨냐고 여쭤보니 갑자기 아들방으로 나를 안내하신다.
아들 방에 두 사람의 옷을 함께 보관한다고 하셨다. 그 방에는 5단 서랍장 하나밖에 없는데 어떻게 두 사람 계절 옷들이 다 들어갈 수가 있지? 의문이었다.
왠지 일이 커지겠다 싶다. 여기저기 분산 될수록 한 공간만 정리해선 해결이 안 나기 때문이다.
"어머님~ 메인 옷장은 어딨나요?
역시나
안
방에
엄
마 옷장이
따로 있
다.
아니
이렇게나 큰
장롱이
있는데 왜 아들방에 엄마옷을 함께 두셨을까?
아마
아들이 어렸기 때문에 그동안
생활하신
패턴
그
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거
같다.
한창 성장기에 놓인 아들이 곧 사춘기를 맞게 되면 자신만의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엄마와 아들의 공간을 나눠주는 게 이번 정리의 목표가 될 거 같다.
아들방에 있는 엄마의 옷은 싹 다 엄마방으로 보내고
아들 방은 학습하기 좋은 환경 개선을 위해 책상 정리까지 마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총 3개의 공간을 정리하기로 했다.
공간 1. 베란다 전체
● 죽은 화분 등 필요 없는 물건 버리기
● 빨래 널기 편한 동선 확보
●생필품 보관용 창고 만들기
공간 2. 아들 방 전체
●학습공간 개선
●프라이빗한 혼자만의 아지트 만들기
●엄마 일손을 도울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기, 예를 들면
빨래가 마르면 스스로 정해진 자리에 넣고 꺼내 입을 수 있도록 명확한 주소 만들기와 이름표 붙이기
공간 3. 엄마 장롱
●허리가 불편한 엄마 맞춤용
사용하기 편한 옷장 만들기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우리의 케미를 맞춰 볼 실전의 날!
복지사님도 기대이상으로 두 손 두 발 걷어붙이고 일손을 도우셨다. 바지 걷어올리고 양말까지
벗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하시는 모습이 참
보
기 좋았
다.
나중에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
드려야지
싶다.
사실 나 때문에 복지사님도 그간 좀 힘드셨을 거다
따지고 보면 일을 잘해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그런 거지 개인적으로 복지사님한테 감정은 없다.
이날 참여한 다른 봉사자님들도 정말 열심히 하셨다.
다들 살림 좀 해본 주부라 그런가
손들이 어찌나 빠른지 빨래 갤 때 내 분류 속도가
못 따라갈
정도
다.
각자 맡은 포지션을 아주 잘해 내셨기에 우린 4시간 만에 세 공간을 완벽히 마쳤다.
순식간에
정리
된
방을 본 아들 반응도 재밌다
" 오늘
부터 내 방에서
한번
자볼까?
.
원래 이 방에 잘 안 들어갔는데 이젠 혼자서
잠도 자겠다고 하니 여간 기특한 게 아니다.
어머님
은
정리 후 달라진 베란다를 보시더니 아픈 허리로
구석구석
물청소
를 하
셨다.
깨끗해진 집들을 보니 아픈 것도 잊을 만큼
좋으셨나 보다.
정리는 아픈 몸과 정신을 벌떡 일으키는 놀라운 힘이 있다더니 진짜였다.
함께 봉사에 참여했던 봉사자님
들도 다들
뿌듯
해
하셨다.
복지사님이 그러는데 정리받고 어머님께서 감동해서 우셨다고 한다.
오히려 이렇게 보람된
일을
할 수 있
는
기회를 주셔서 우리가 더 많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
베란다
정리 전
정리 후
●
아들 방
정리 전
정리 후
●엄마 방 장롱
정리 후
이후
로
신청
들어오는 집
들
은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내
게
개인적으로 컨설팅을 의뢰하는
일
부
고객님들과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
은
일반
가정들이
많
다.
이유 없는 봉사는
하
지 않을 생각이
라
모두 거절했다.
사실
알고 보면
정작 도움
이
필요한 집
들
은
혼자 고립된 삶으로 꽁꽁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
최근에 일로 은둔형 청년들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해당 기관 담당자들의 끈질긴 설득에도 연락을 피하고
마음속
깊은 동굴로 들어가서 좀처럼 나오
지
않았다.
그런 분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
일의 특성상
지금
과 같은
상태로 마냥
주말 스케줄을
비
우
고 기다
리
는
게
점점
부담
된
다.
나는
이쯤에서
봉
사활동을
그만
두
기로 결정했다.
봉사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건 쉽지 않은 일 같다.
천천히
다
시
의미 있는 일
을 찾아볼
생각이다.
그때는
팔팔 끓다 넘치는
냄비 말고,
무던
하게 오래 끓는
가마솥 같은
마음으로 임
할 것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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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수납
봉사
베란다
Brunch Book
활발한 E선생 봉사 일지
09
이 대신 잇몸으로 사는 아저씨
10
우리 아들이 대기업 다녀요.
11
정리 봉사 동아리 (1)
12
정리 봉사 동아리 (2)
13
정리 봉사 첫 번째 집
활발한 E선생 봉사 일지
각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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