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봉사 동아리 (2)
복지사님은 내가 지금 심심해서 봉사하는 거 같아요?
시작은 미미했어도 결과가 좋았던 경험은 많다.
근데 어째 이번 일은 갈수록 내 생각과 어긋난다.
정리 신청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이 아니거나 스스로 충분히 정리할 수 있는 환경의 집들로만 신청이 몰린다.
물론 정리수납 서비스는 사회 취약계층이 아니어도 꼭 필요한 집들이 많다.
잘만 알아보면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되는 곳도 있으니까 그런 곳에서 혜택을 받으면 된다.
우리는 각기 다른 직업의 직장인들로 구성된 자발적 동아리다.
물론 복지관은 이 모임이 본인들의 복지사업 일환으로 들어가겠지만 내 입장은 좀 다르다
나 개인이 못 하는 일을 도움받기 위해 공공기관과 협업한 거지 이대로라면 혼자서도 추진할 수 있었다.
평일엔 열심히 일하고 한 달에 한 번만 의미 있는 휴일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갖는 모임이다
지인 두 분은 현재 정리수납과 전혀 관련 없는 업종에서 일하며 이 봉사활동에 참여하신다.
내가 꼬셔서 가입한 분들인데 진정한 봉사의 매력을 꼭 느끼게 해드리고 싶다.
처음 봉사자 모집 때처럼 봉사받을 신청자 모집도 복지관 이용자들에 한 해 홍보하다 보니 꽤 제한적이다.
나는 복지사님께 단호히 말했다.
내가 지금 심심하거나 현장 경험이 필요해서 자원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복지사님은 내가 오해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원래 자원봉사 포털사이트에 봉사자 모집 공고문을 올렸지만 신청자가 없었다고 한다.
나는 정말 정리가 꼭 필요한 집에 도움을 주고 싶다.
스스로 치울 수 없을 만큼 몸이 아프거나, 도와주는 가족 없이 우울증을 앓는 어린 엄마, 한국살림이 어려운 외국인 아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등 찾아보면 정말 많다. 개인이 아닌 단체가 와서 도우면 그들에게 부담도 안되고, 일손이 많아 짧은 시간 안에 큰 변화가 생긴다.
단순히 맞벌이라 집 치울 시간이 없거나 짐이 많아 집이 엉망인 분들은 배우거나 전문가에게 직접 의뢰하면 된다. 그러라고 정리수납 업체가 있는 거다.
이런 말 하는 내가 다소 팍팍하다 여길 수도 있다.
근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누구나 집안일은 다 귀찮다.
쉬는 날은 편히 쉬고 싶지 일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봉사를 하는 이유는 집에서 즐기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보다 뜨겁게 흘린 땀의 가치가 더 크게 와닿는 보람된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또 다음 봉사의 원동력을 얻기 때문에 이런 내가 쪼잔하고 야박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