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과즙과 껍질의 조화
과일 좋아하시나요?
저는 사과를 좋아해요. 그런데 사과 껍질채 드시나요? 농약 걱정으로 껍질은 안 드신다고요?
오래전 읽었던 책 내용 중 인류가 건강문제를 겪게 된 첫 발단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첫 인류가 수렵채집하던 시절 과일을 나무에서 먹기 시작했고 껍질채 과일을 먹으면 쉽게 포만감이 들어 더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맛있는 과일을 더 많이 먹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먹기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과일을 대량생산해서 수확한 과일을 처리하기 위해 즙을 만들어 주스로 편하게 마시며 과즙을 다량섭취합니다.
이런 과정으로 사람의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식습관이 만들어졌고 현대인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과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양의 과일 그것도 과일의 가장 달콤한 과즙만 빼서 먹으려고 했던 욕심이 재앙이 되었다는 뜻이지요.
직업선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직업의 달콤한 과즙만 삼키려 하지 마시고 거친 식감의 껍질도 함께 맛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 제가 겪고 이해한 승무원직의 과즙과 껍질에 대해 알려 드리려 합니다.
요즈음 코로나 이후 침체되었던 항공업계가 활발해지며 국내외 항공사에서 객실승무원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도 객실 승무원을 채용했고 '대한항공', '에어로케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아시아 X 항공'은 채용 진행 중입니다. 이외에도 '티웨이 항공', '제주 항공', '캐세이 퍼시픽 항공', '에미레이트 항공', '싱가포르 항공', '루프트 한자 항공' 등 정말 많은 국내외항공사들이 한국인 객실 승무원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항공사 객실승무원직에 관심 같은 지원자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도 항공사를 두 번 지원했었고 다 비교적 쉽게 합격하기는 했지만 지원하기 전의 간절한 마음 그리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드는 조마조마한 마음, '합격만 된다면 무슨 조건과 일이든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심정 등 입사지원자의 심정은 정말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원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친구들이 지원한다고 쫓아서 하지 말고, 객실 승무원직의 과즙과 껍질, 즉, 장단점을 미리 생각해 본 후 본인이 정말 원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될 때 지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제가 국내외 항공사 두 곳에서 일하며 실제로 보았던, 어렵게 입사한 항공사를 쉽게 퇴사하는 경우를 간혹 보았기 때문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도 객실승무원 채용과 교육과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정말 손해겠지요.
제가 직접 본 첫 번째 경우는, 약대를 졸업하고 승무원에 합격되었던 승무원입니다. 교육기간 중 공공연히 본인은 승무원 하려는 이유가 세계 여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세계여행 몇 달 만에 마치고 결혼할 것이라 말하고 다녔었지요. 하지만 정식 승무원이 되기도 전에 국내선 비행을 하며 선배 승무원들과 다툼이 자주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고 결국 같이 채용된 기수중 단기간에 처음으로 퇴사하고 맙니다. 제가 굳이 약대라고 밝히는 이유는 나이 때문입니다. 약대를 졸업했으니 동기들 보다도 나이가 많았었고 당시 승무원 선배들이 더 어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또 다른 경우의 지원자는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학창 시절 해외 연수도 다니고 세계여행을 꽤 해보았던 승무원으로 기억합니다. 외항사에 근무할 때 저의 룸메이트였는데 밤마다 엄마와 울면서 통화를 하더군요. 자신이 생각했던 승무원 생활이 아니라면서요. 그리고 승무원직과 승무원을 비하하는 말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결국 그 승무원도 바로 퇴사합니다.
아마 이 퇴사한 이들도 채용 면접에서는 본인들이 이 직업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적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니 합격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정말 쉽게 바뀔 수도 있지요.
그러면 제가 생각하는 객실 승무원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봅니다.
다양한 경험: 항공사 객실승무원은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체류지에서는 체류 비용을 따로 받습니다.
복지 혜택: 항공권 할인, 건강 검진 그리고 외항사의 하우징 보조 등 다양한 혜택이 있습니다. 물론 할인된 탑승권은 탑승하려는 비행 편에 빈자리가 있을 경우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주요 쇼핑지에서 '승무원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성: 항공 서비스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고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퇴사 후 서비스 강사직으로 일할 기회도 있습니다.
불규칙한 근무시간: 시차가 수시로 바뀌며 근무 스케줄도 매일 다른 생활이라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처럼 가족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없습니다. 특히 주변 사람들이 쉬는 명절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일상 계획 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기근무도 있기 때문이죠. 하루아침에 계획에 없던 장거리 비행을 가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서비스 직종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승객보다는 동료 승무원들 사이에서의 갈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승객이 주는 스트레스는 비행기 착륙과 함께 동시에 잊히기 때문입니다.
건강 문제: 장시간 비행과 시차 적응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불규칙한 식사 시간과 수면 패턴으로 실제 병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장시간 일어선채로 근무하고 무거운 짐을 좋지 않은 자세로 들다가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는 승무원들도 있습니다.
안전 문제: 비행 중에는 다양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크지는 않습니다.
달콤한 과즙만 즐기려고 과즙을 많이 섭취하면 건강이상이 찾아오지만 과일을 껍질채 다 즐기며 음미한다면 건강과 맛 다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음미하다 보면 껍질채 먹는 과일이 훨씬 더 맛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항공사 객실승무원은 매력적인 직업임이 틀림없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어려움도 동시에 있으니 달콤한 과즙과 껍질의 조화를 생각하며 승무원직을 지원하시기 바랍니다.
외항사 지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에어아시아 X채용 소식이 있으니 한 번 알아보세요! :에어아시아 X 승무원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