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밥 한 끼에 담긴 마음값
2편
[밥 한 끼에 담긴 마음값]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손에 꼽힐 만큼 반듯하고, 예의 바르고, 경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깊이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이였다.
그런데 식사 자리를 몇 번 함께하고 나서 조금씩 실망감이 쌓여갔다.
늘 내가 밥을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
나는 기꺼이 밥을 샀다.
호의였고, 성의였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함이었다.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이 편해서,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의 친절이라 믿었기에
하지만 그 호의는 생각보다 빨리 의무가 되었다.
한두 번이 세 번이 되고, 다섯 번이 되고, 그러는 동안 고맙다는 말은 줄어들고,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기류가 공기처럼 흘렀다.
그때부터였을까.
식사 자리에 앉을 때마다 내 마음 한쪽에서 미세하게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이 사람은 내가 밥을 사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까?’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어도 되는 걸까?’
사실… 처음엔 내 탓이라 여겼다.
내가 괜찮다고 말했으니까.
내가 굳이 계산대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당연해졌고 그래서 나는 점점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되어갔다.
게다가 그 사람은
단지 받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항상 더 비싸고, 더 고급지고, 더 과한 걸 원했다.
돈을 쓰는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
자연스럽게 누리는 데 익숙한 사람.
그런 모습이 보일 땐 그 사람이 낯설게 느껴졌다.
같이 웃고 이야기하던 순간들조차 어쩐지 가짜 같고 희미하게 멀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봤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밥을 사고, 커피를 사는 모습.
나는 눈을 의심했다.
나에게는 후식 하나, 커피 한 잔 사준 적 없던 사람이
다른 자리에서는 능청스럽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정말 묘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어이없고, 잠시 멍했고…
곧이어 마음 한쪽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왔다.
그게 실망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조차 모호했다.
그 이후 나는 달라졌다.
더는 밥을 사지 않았고, 더는 웃으며 계산서를 들고 나서지 않았다.
나의 친절은,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만 남겨두기로 했다.
그러면서 문득,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되었다.
늘 나는 베푸는 걸 좋아했고
그렇게 사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그건, 온전한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 마음엔 은근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 마음을 알아봐 주기를
적어도 진심은 느껴주기를 바랐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 실망도 컸겠지.
이해받지 못한 친절은 때때로 상처로 돌아오니까.
이제는 안다.
무조건 베푸는게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지 않는다는걸
나를 지키는게 더 중요한 날도 있다는 걸.
그리고 그걸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그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은근슬쩍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말을 하고
밥을 얻어먹을 타이밍을 엿보는 듯 굴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조금은 씁쓸했지만 그만큼 단단해졌으니까.
나는 나를 너무 쉽게 주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게,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