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 #4 얼음 한 조각
“덜그럭, 덜그럭”.
내 걸음에 맞춰 등뒤에서 소리가 났다.
배낭 속에 넣어둔 생수병 속의 얼음이 통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오랜 기간 길을 걸을 때는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
발에 맞는 편한 신발과 모자도 챙기고 선크림도 꼼꼼히 발라야 했다.
수분 보충을 위한 생수는 필수였다.
장시간 걷다 보면 탈수 증세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 500cc짜리 물 두 통을 챙겨 나섰다.
많이 더운 날은 생수통 물의 반 정도를 남겨 얼린 후 빈 공간에 물을 부어서 시원하게 마시기도 했다.
30도를 넘는 날씨에 그늘에 앉아 마시는 얼음물 한 모금의 효과는 최고였다.
눈이 번쩍 뜨이기도 하고, 약간의 허기도 해결되었다.
그렇게 챙긴 물통의 얼음이 내가 걸을 때마다 소리를 내다가 멈추면 따라서 그쳤다.
일부러 나의 걸음과 보조를 맞춰주는 것 같았다.
한여름에 가까워지면서 날씨는 덥고 몸은 지쳐 걷기가 힘들었다.
그냥 주저 않거나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등뒤에서 들리는 ‘달그락’ 소리는 마치 마라톤 선수에게 박수를 치며 힘을 북돋아 주는 사람들의 응원과 닮았다.
정말 별거 아닌 그것.
어쩌면 소음일런지도 모르는 것에 나는 힘이 났다.
얼음 조각 하나가 힘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나하고 박자가 맞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공진을 일으키듯, 손뼉처럼 들리는 얼음 소리는 나의 보속과 증폭되어 커다란 에너지를 내게 주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작은 얼음 하나가 내는 소리도 이리 힘이 되는데, 진심으로 전하는 칭찬과 격려는 얼마나 힘이 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미 없다 여겼던 응원 소리에 살아갈 힘을 낼 수도 있음을 믿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