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 #3 연북정
연북정에서,
바다를 향해 앉으니,
철학자의 글이 떠오른다.
“해배만을 기다리는 삶의 피동성과 그 피동성이 결과하는 무서운 노쇠” *
북쪽을 바라보며,
임금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렸다는 벼슬아치처럼,
인생의 황금기일런지도 모를 지금 이 시간을
누구에게인가 불려질 것을 기다리며
세월을 흘러 보내고 있는 한 사내가 있다.
마음으로부터 작은 소리가 들린다.
“너의 모습으로 살아가라.”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삼십여년 회사 인간으로 살았다. 낙하산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마주한 회사 밖 세상에 적응하며 나의 은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