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다녔던 직장의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니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기념 안부 전화예요.”
녀석은 하이톤으로 나의 근황을 물었다. 회사 생활과 아이 키우는 일로 수다를 떨다가 끊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둔 지가 언젠데 잊지 않고 연락을 주다니, 고마웠다.
내가 가끔 안부 인사를 드리는 직장 상사 분들이 있다.
신입사원 때 임원이었던 분부터 회사를 그만둘 때 나의 보스까지, 긴 시간 인연을 켜켜이 쌓아온 어른들이었다.
그분들께는 명절이 되면 선물을 보내거나 문자로 안부를 여쭈었다.
올해는 스승의 날에 뭐라도 보내드려야겠다 싶어 어른들이 드실 만한 것으로 준비했다.
선물을 받으면 불편해하는 사장님이 계셨다. 이번에도 그러실 것이 예상되어 택배가 댁으로 도착하기 전에 문자를 보냈다.
"스승의 날이라, 제 직장 생활의 멘토이자 스승이셨던 사장님 생각이 납니다. 휘하에서 일할 수 있어서 기뻤고, 가끔이라도 뵐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직접 찾아뵙지 못하는 아쉬움에 작은 선물 하나를 보내 드립니다. 불편해하실 것을 뻔히 알지만 그걸 무릅쓸 만큼 제 기쁨이기도 합니다. 제 마음으로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뵐 때까지 건강하십시요."
몇 시간 뒤에 사장님이 전화하셨다. “내가 너의 스승인 적이 있었더냐. 고맙다.”
다행히 “다음부터는 보내지 말라.”라는 말씀은 없었다. 내가 보낸 문자를 보셨을 터였다.
아랫사람의 마음을 생각해서 당신의 편하지 않은 마음을 누르셨을 것이다.
그 사장님 외에 몇 분께 선물과 문자를 보내드리는 것으로 올해 스승의 날을 마무리했다.
도서관에서 개설한 성인 대상의 글쓰기 강좌를 들었다. 12주간 진행이 되는 거였다. 선생님은 등단한 수필 작가로 글쓰기를 가르쳤다.
그이는 수업 시간은 물론이고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글과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어미 새처럼 물어다 단체 대화방에 올려 주었다.
국가 대표급 열정이었다. 글에 대한 작가의 열심이 파동을 일으켜 수강생들의 마음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듯했다.
가르치는 이의 열정에 대한 감사는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때마침, 스승의 날에 수업이 있었다. 강의실 테이블에는 예쁜 꽃, 맛있는 떡과 케이크, 바나나 우유까지 놓여 있었다.
학생들의 브런치 작가 데뷔 축하와 버무려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늦게 들어온 한 학생은 쑥스럽게 꽃을 전했다. “오다 주웠다고 하세요….”
수강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했다. 선생님은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는 작가의 감수성 탓이거니 생각했다. 그러다 옛 부하 사원이 해준 전화가 떠올랐다.
그날 십 분간의 수다는 며칠이 지나도 따스하게 잔향처럼 내 가슴에 있었다.
거기에 비추어 보니 수강생들의 마음이 선생님에게 전해졌겠구나, 싶었다.
학창 시절 이후에 스승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마저 ‘스승의 노래’라는 형식적인 가사에만 있는 것으로 여겼다.
운 좋게도 월급쟁이 생활의 굽이마다 참으로 귀한 구루와 멘토를 만났다.
그분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나는 일을 넘어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배울 수 있었다.
저이들을 따라가면 될 것 같아 흉내를 내보려고 했다.
밥벌이 터전을 떠난 이후에 스승을 만나는 일은 없을 거로 생각했다.
이제는 그 생각도 바꾸어야 할 때인가 보다.
인생도처유‘스승'
살아가는 어느 곳이든 스승은 있었다.
교사인 둘째 아이가 가족 대화방에 사진을 올렸다.
스승의 날이라 학생들이 준 롤링 페이퍼를 들고 세상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