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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철 Dec 01. 2022

일상

오늘은 오랜만에 바쁜 토요일이다. 공시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후 하루 두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한 일은 거의 없고  특히 토요일이나 공휴일은 거의 일정을 잡지 않고 온전히 나를 위해 하루를 보내려 노력한다. 

아침 일찍 아내를 아들 집에 데려다주고 나는 청소년 수련관으로 향한다. 손녀가 두살 터울이지만 작은애가 아직은 돌이 지나지 않아 24시 계속해서 엄마의 손이 필요하고 큰애도 30개월이 지나지 않아 매사 엄마 손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아들이 출근하거나 토요일 오전에 나랑 같이 탁구 레슨을 받는 시간에는 할머니가 손녀와 놀아주기로 약속하였다.  

매주 토요일 청소년 수련관에서 탁구 레슨 받기를 시작한지 이제 넉달째다.

포핸드 스트록과 포핸드 드라이브는 그래도 모양을 갖춰가는데 백핸드 스트록이나 백핸드드라이브는 계속 코치에게 지적을 받는다.  백 핸드 드라이브를 할 때는 라켓 을 허리 아래까지 내렸다가 팔을 부드럽게 돌리며 앞으로 뻗으라고 하는데  나는 너무 급하게 하여 공이 감기지 않고 밀린다고 계속 지적한다. 오늘은 특히 공이 감기지 않는다고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감아 돌리라고 반복적으로 지적하는데 나도 왜그런지 모르겠다. 선수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멋지게 치고 백 핸드 드라이브를 한후 포핸드 스트록이나 백핸드 스트록으로 멋지게 공격하고 싶은데 공격은 둘째고 기본 동작도 안되니 두번째 동작은 머리속에 그리다 마는 날이다. 이모든게 나이탓인듯  감도 늦고 순발력도 떨어진다 그래도 한참 땀을 흘리고 나니 기분은 좋다

집에와서 샤워하고 다시 외출준비 한다 오늘 두번째 스케줄은 안양문인협회 주최 시 낭송대회의 자원 봉사이다  11시에 도착하여 이것 저것 대회에 필요한 짐을 운반하고 포스터를 붙이고 혹시라도 처음 참가하시는 분이나 대회장에 처음으로 오는 관객분을 위해 여기 저기 안내문과 화살표도 붙이고  발표자들의 동선도 체크하고 나니 진행요원들이 한명 두명 도착한다 

이제 내가  할일은 다 끝난듯하다 한쪽 구석에서 믹스커피 한잔을 들고 한숨을 돌리는데 협회간사님이 수고했다고 맛있는 빵이라고 건넨다 커피에 빵을 음미하는데 보기에 안타까웠는지 점심 먹었냐고 묻더니 다시 김밥을 가져와서 내민다.  김밥과 빵을 뱃속으로 처분하고 크게 한숨을 돌리자 대회시작전  리허설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무대의상을 입은 발표자들이 순서대로 나와서 한두번씩 마이크와 동선과 의상을 점검한다. 잠시후 상황을 보니 내 손길이 필요한 곳이 없어 개회사를 뒤로 하고 대회장을 빠져 나왔다. 

오늘은 삼개월에 한번씩 하는 당화혈색소 검사의 결과를 보는 날이다. 대형 병원에서는 검사후 한두시간이면 결과가 나오지만 동네 작은 의원은 검사후 3일 뒤에 결과가 나온다. 토요일이라 병원이 일찍 문을 닫아 그전에 바삐 병원에 왔다. 도착하니 병원문 닫기 오분전이다. 접수를 하고 대기 의자에 앉으니 바로 이름을 부른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보통 3개월에 한번 하는데 이번 3개월은 나름대로 운동도 열심히 했고 식단 조절도 많이 했다고 생각해서 지난달에 비해 의사가 놀랄정도로 당화 혈색소가 감소 되었을꺼야. 아니 정상인과 같이 나올까?? 나름대로 여러가지 상상을 하며 의사하고 마주 않았다. 의사의 표정이 예사롭지가 않다  너무 떨어져서 그런가? 하고 기대를 가지고 의사와 눈을 마추친 순간 청천병력과 같은 의사의 말이다. 왜 지난번에 비해 갑자기 당화 혈색소가 증가 했냐구? 아니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 조절하고 나도이해가 안된다. 약의 용량을 올린다는 말에 나름대로 운동했는데 하고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네 하고 대답하고 무참한 기분으로 그냥 나왔다. 기분이 너무 엉망이다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오늘 마지막 약속 친구와 저녁 먹기로 한날이다. 이 기분에 나가려니 온몸이 거부한다 그냥 핸드폰을 들고 약속을 미룬다 그리고 침대에 들어가 그냥 누워 버린다 11월의 마지막 토요일은 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든 토요일 어서 빨리 지나가라 그래 이것도 일상이다 이것도 하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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