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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Apr 14. 2024

누가 고객을 가졌는가?

Jailbreak

"Customer satisfaction is worthless. Customer loyalty is priceless.” (Jeffrey Gitomer)


갑질을 하려면 좀 제대로 해달라고 하셨다.


글로비스에서 협력사 대표님들을 마주할 기회들이 많았다.

그런데 한 식사 자리에서 협력사 대표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희는 글로비스가 갑질을 좀 확실히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가끔은 갑들이 괜히 배려해 주신다고 ~를 좀 부탁드려요 또는
~까지 해주실 수 있나요 뭐 이런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오히려 헷갈립니다.

갑들이 확실히 갑 역할 잘하고, 을들은 그 밑에서 확실히 을 역할할 때
그때가 효율이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우린 그게 편합니다."

"아... 그런 말씀이시군요."


사회적으로 말하는 그 갑질은 아니지만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좀 아이러니했다.

왜 누구는 갑 역할을, 누구는 을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저분들이 태어날 때부터 을인 건 아닐 텐데

비즈니스의 생태계에서 과연 무엇이 갑과 을을 나누는가?


물류업계에서 글로비스 같은 종합물류사는 갑이고 실행사는 을이다.

화주들이 물건을 옮기기 위해 종합물류사에 오더를 주기 때문이다.


현대차, 삼성전자와 같은 완제품업체들은 갑이고 부품업체들은 을이다.

최종 고객들은 부품이 아니라 결국 완제품을 사기 때문이다.


SKT, KT, U+ 와 같은 통신사들은 갑이고 휴대폰 제조사는 을이다.
사람들은 휴대폰을 사기 위해 주로 통신사 대리점에 가기 때문이다.


이마트, 쿠팡과 같은 유통사들은 갑이고 물건을 파는 셀러들은 을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어도 고객 접점에서 팔아주는 게 그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업이 누구에겐 갑이 되었다가 다른 누구에겐 을이 된다.
결국 갑과 을을 결정하는 것은
그 비스니스 Value Chain 상에서 '고객과의 거리' 였다. 
 
실행사보다는 종합물류사가 고객과 가까이 있고
부품보다는 완제품이 고객과 가까이 있으며
제조보다는 유통이 고객과 가까이 있고

상품보다는 서비스가 고객과 가까이 있다.

궁극의 갑은 고객이고
고객을 가진 자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갑이 되는 것이다.

가끔 이 공식을 깨고 헤게모니를 잡는 기업들이 나오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Apple의 iPhone.

2007년 세상에 없던 iPhone을 만들어 업계 2위였던 AT&T에서만 출시를 결정하자
1위 Verizon을 쓰던 고객들이 iPhone을 쓰기 위해 AT&T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2년 뒤 국내에서도 2위였던 KT에만 독점 출시하는 같은 전략을 구사하였고
역시나 iPhone을 쓰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SKT에게서 빼앗아 갔다.
Apple은 제조사지만 '혁신제품' iPhone을 무기로 고객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에
통신서비스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헤게모니를 잡을 수 있었다. 

Intel도 Intel inside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구조를 뒤집었다.

Intel CPU가 적용된 PC에는 Intel inside 로고를 스티커로 붙임으로써  
고객들의 PC 구매 의사결정 기준 중 하나로 포지셔닝을 했다.
PC 제조사들도 고객이 중시하는 Intel CPU를 무시할 순 없었고
Intel은 부품업체지만 '혁신적인 마케팅'으로 고객들이 Intel Inside 제품을 찾게 되자
완제품 PC 제조업체들에게 헤게모니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월마트에 인수된 후 지금은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전에 Amazon의 공습에도 살아남았던 남성패션 브랜드 Bonobos도 참고할만하다.

Bonobos는 제품을 맞춤형 남성 바지 하나에 집중하고 브랜드를 만들었다.
독자적인 팬층이 생기자 오프라인으로 100% 예약제 가이드숍도 운영했고
거기는 닌자라고 불리는 세일즈맨이 고객과 맥주를 마시며 맞는 옷을 골라주기도 했다.

세분화된 타겟 고객 대상으로 차별화된 제품과 고객경험을 주어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했다.

Bonobos는 셀러지만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브랜드'로 팬덤을 만들게 되자
Amazon이 주도하는 가격경쟁에 내몰리지 않고 헤게모니를 갖게 되었다.


비즈니스 Value Chain 상에서 갑의 역할을 맡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래서 누가 고객을 가졌는가가 더 중요하다.
제품이든, 마케팅이든, 고객 경험이든, 브랜드든 확실히 차별화된 무언가로
최종고객과 Lock-in이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궁극의 플랫폼은 고객이고
고객을 가진 자가 갑이다.
 
Who owns the customer?
A million dallar question.

(Bonobos Store,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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