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태권도

때릴 때도 예의 바르게

by 그리다

저자 로르 미현 크로제

옮긴이 김 모

출판 이숲에올빼미

표지 사진 책 표지




제목이 특이해서 책을 집어 들었다

저자를 확인하는데 저자의 이름도 특이했다

표지 안쪽 저자 약력을 확인했다

-- 한국에서 태어나 스위스에서 자란 작가로, 자신의 입양 경험과 두 문화 사이에서의 정체성 탐색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작가 약력을 읽고 더욱 책에 흥미가 일었다

책 전체 쪽수가 111페이지로 얇은 시집 크기였다

작아서 마음에 들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 핸드백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니면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핸드백에 무리 없이 들어가는 책 한 권은 대출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이유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 진단이 내려졌다--


주인공 -그-는 건강검진에서 당뇨 진단을 받는다

진단을 받고 -그-는 생각한다

-- 고통 없는 스위치 오프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력을 잃거나, 손발을 절단하거나, 뇌졸중에 걸리거나, 치매에 걸릴 수도 있었다. 이 빌어먹을 당뇨병은 신경계, 심혈관계, 그리고 주요 장기를 모두 공격하는 공공의 적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당뇨합병증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나무위키 같은 곳에서 얻는 지식이 아니라 독자로서 감정 동화가 쉽게 일어나는 주인공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긴장감과 자기 관리, 케어 등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일어났다


컴퓨터 게임 개발자인 주인공은 모든 것을 배달로 해결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앉아서 먹거나 전자레인지를 돌리는 정도의 운동량이 전부인 생활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주인공은 생각한다


--어차피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면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전체를 통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어차피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좀 더 재미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책 읽기를 마친 후 나에게 적용할 수 있는,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주제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주인공은 한국에 가서 태권도 학원에 등록하기로 하고 서울로 향한다

한국에 대한 주인공의 인상이 소설 전체에 나열되어 있다

한국인의 유전자를 가졌지만 한국 문화를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마치 투플러스 등급 한우에 고르게 퍼진 마블링이 고소한 맛을 더하는 것처럼 소설을 읽는 내내 재미를 더했다


--한국에서는 신발을 자주 벗어야 한다는 글을 읽고 단정한 옷 몇 벌과 아디다스 운동화를 샀다--

--고추와 마늘 사용량에서 한반도 사람들이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했다--

--태권도 도복, 도복은 수련의 길을 위한 옷을 뜻한다고 했다--

--이 운동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하며 때리더라도 공손하게 때려야 했다--

--남한이 북한과 전쟁 중인 상태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고려해 이동 시간만큼이나 세관 대기 시간이 길 거라 짐작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인들은 청소년기를 지나면 첫 선물로 성형 수술을 받는다고 마치 유럽 부잣집 아이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자동차를 선물 받는 것처럼 말이다

--가향차로 가득한 메뉴판에서 그는 소박하게 볶은 보리차를 주문했다

--팀이 삼국 통일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어 신라 호텔로 결정했다

--발등, 발날, 발뒤꿈치를 이처럼 명확하게 구분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신발을 자주 벗는다, 고추와 마늘 사용량, 태권도 도복의 사전적 의미, 휴전 국가라는 상황과 입국 심사 시간과의 연관성, 성형 수술 산업, 메뉴판의 가향차의 다양함, 삼국을 통일한 신라를 연상하게 하는 신라 호텔, 발 부위별 활용이 중요한 태권도 기술 등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그들이 내가 느끼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유가 너무 달아서 먹지 못하겠다, 대부분의 음식이 지나치게 달다라든지, 쪼그려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너도 저런 자세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대답하면 마치 인도 요가 GURU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 재미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런 대화를 나눌 때와 같은 즐거움을 느꼈다






태권도 대련을 하다 오른손을 다친 -그-는 프랑스 노르망디 부모님께 돌아간다

그리고 병원에 방문하여 검진을 받는다

한 달 여 간의 서울 생활

삼계탕, 생선회 등을 먹고 태권도 훈련을 한 후 7 킬로그램 감량, 당화혈색소가 8%에서 6.9%로 떨어졌다는 결과를 받았다



당뇨라는 위기 이전의 주인공은

--사물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것을 그리워하는 습관이 있었다

--인간은 일정량의 불안을 가지고 살고 그 불안은 단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뿐이다

--육신을 치료하러 왔는데 영혼이 더 괴로워지고 말았다

라고 생각하는 내향인에 가까웠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그-는 건강뿐 아니라 삶의 의욕을 회복한다

서울에서 -그-의 친구가 되어주었던 아일랜드인 팀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과 주인공을 아일랜드로 초대한다

병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겠다 생각하고 서적을 찾아 읽는 노력을 한다

팀을 만나 아일랜드 펍에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는 병일 수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일 수도, 물질적 손실이든, 정신적 억압이든 어떤 것이든 긍정적인 변화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겠다







목요일 연재
이전 04화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