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F*ck쌉싸름한 닭가슴살�

by 자몽

닭가슴살, 그리고 삶은 계란 두 알. 오늘 나의 점심이었다. 필연적이었을 테지. 오후 내내 내 기분이 바닥을 쳤던 것 말이다. 나는 지금 ‘감량 모드’에 돌입한 대한민국 직장인이고, 열흘 전 근 2년 내 최대 몸무게와 체지방률이라는 경이로운 스코어를 찍었다. 위기를 직감한 나는 식단 관리를 시작했고, 닭가슴살의 그 지나치게 직관적인 맛은 내 감정을 즉각적으로 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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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모니터 앞에 앉아 30대 후반의 미혼 남성이 살찌는 것을 이토록 경계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해 본다. 자기 통제의 붕괴, 건강의 적신호, 옷장에 잠든 옷들과의 작별, 그리고 늘어난 몸을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비용까지. 살이 찌지 말아야 할 이유는 이토록 방대하다.


여기까지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면, 당신은 나의 정교한 편집에 완벽히 속은 것이다. 물론 아예 거짓말이라고 할 순 없을 테지만, 가장 핵심적인 ‘A컷’은 따로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섹스를 하고 싶다. 살이 찌면 못생겨지고, 못생겨지면 확실히 매력적인 이성으로서의 존재감이 흐릿해진다. (그렇다고 날씬할 때 내가 잘생긴 편은 아니다. 제길.. ㅠ)


결국 인간에게 식욕과 성욕은 서로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는 치열한 제로섬 게임과 같다. 어떤 이는 나와 반대로 먹는 즐거움을 위해 연애를 편집해버리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 소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이 지독하고 강렬한 욕망의 상관관계를 마법처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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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의 주방은 미처 다 분출되지 못한 욕망의 용광로다. 그녀가 페드로를 향한 금지된 사랑과 좌절, 분노를 담아 요리할 때, 그 음식은 먹는 이들의 본능을 강제로 잠금 해제시킨다. 소설 속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잊었던 사람을 불러내고 사랑에 빠뜨리며 때로는 폭발적인 정사를 유도하는 ‘마법의 매개체’다.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때의 격정은 티타의 요리와 닮아 있다. 울고, 웃고, 증오하고, 때로는 서로를 집어삼킬 듯 탐닉하는 그 날것의 에너지 말이다.


반면, 영화 <프렌치 수프>의 온도는 전혀 다르다. 도댕과 외제니에게 음식은 ‘본능’이기보다 ‘예술’ 혹은 ‘존중’에 가깝다. 그들은 식재료의 조화를 토론하고, 서로의 취향을 찬미하며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요리한다. 관계를 암시하는 장면조차 뜨겁거나 직관적이지 않다. 긴 호흡의 롱테이크처럼, 그들의 사랑은 은근한 불에서 오래 졸여진 수프처럼 깊고 고요하다.


결국 내가 퍽퍽한 닭가슴살을 씹으며 꿈꾸는 것은 무엇일까. 티타가 쏟아냈던 뜨거운 칠레 고추 같은 ‘매운 맛’일까, 아니면 도댕과 외제니가 평생에 걸쳐 완성한 ‘깊은 맛’일까.


지금의 나에게는 티타의 마법이 절실하다. 내 몸을 매력적인 상태로 되돌리려는 이 눈물겨운 사투는, 결국 누군가와 격정적인 온도를 나누고 싶다는 원초적 욕망에서 기인한다. 나 역시 나의 ‘식욕’의 희생을 발판 삼아 누군가의 ‘성적 긴장감’을 자극하고 싶은, 아주 직관적인 보상 심리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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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닭가슴살의 밋밋한 맛에 익숙해질수록, 역설적으로 <프렌치 수프>의 고요한 식탁이 자꾸 눈에 밟힌다. 격렬한 교감을 넘어 재료의 맛을 토론하고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늙어가는 뒷모습. 그들이 공유하는 수프 한 그릇에는 침대 위에서의 거친 호흡보다 더 진한 ‘예술적 동지애’가 서려 있다.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아마도 이 두 지점 사이의 과도기일 것이다. 여전히 티타 같은 뜨거운 불꽃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외제니가 떠난 주방에서도, 그녀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도댕의 단단한 슬픔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나이.


오늘도 나는 퍽퍽한 계란을 삼키며 다짐한다. 일단은 티타처럼 뜨겁게 타오르기 위해 이 지루한 자기 통제를 견디겠노라고. 하지만 그 긴 터널의 끝에서 만나고 싶은 궁극의 맛은, 화려한 초콜릿보다는 은근하게 끓여낸 프렌치 수프 같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맛은 단일 메뉴가 아니니까. 때로는 맵고, 때로는 밋밋하며, 때로는 그 모든 것을 덮어주는 깊은 감칠맛이 필요한 법.


젠장. 내일 점심도 닭가슴살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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