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PB를 하려면 이들처럼! Trader Joe's
미국에 온 후 대부분의 물건들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주로 'Amazon'에서 구매하고 있지만, 식료품들은 여전히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편이다. 벌크로 구매할 때는 주로 'Costco', 신선식품을 살 때는 'Whole Foods market'를 주로 가고 있다. 이 두 곳 외에도 최근에 거의 1~2주에 한 번씩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Trader Joe‘s'라는 마트이다.(원래 발음대로 트레이더 조스라고 하자. 어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항상 혼자 들르게 되는데,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여느 홀푸드 마켓이나 코스트코처럼 규모가 크지 않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이마트 에브리데이' 정도의 사이즈라고 볼 수 있다. 사이즈가 작아서 별로 살게 없을 거 같지만, 어찌 보면 정말 알짜배기 상품들로만 제대로 'Curation'해서 모아놓은 느낌이다. 게다가 절반 이상의 제품들은 '트레이더 조스' 로고가 부착된 PB(Private Brand) 상품들이다. 상품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가 이 회사의 직원들이 하나하나 심사숙고해서 미국 로컬이나, 해외의 좋은 상품들을 가져다 놨다는 기분이 자연스럽게 든다. 일부 상품들은 이미 로컬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도 하였고, 네이버 등에 검색만 해봐도 '트레이더 조스 필수 구매 템'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이곳에 가면 기분 좋아지는 이유는 바로 그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분명히 대기업(?)이 하는 전국구 기업형 마트이지만, 마치 로컬 파머스 마켓에 온 듯한 기분을 주는 소박한 인테리어나 디스플레이 라던지(손으로 써놓은 상품명이나 프로모션 내용 등), 처음 온 사람들도 미소 짓게 만드는 직원들의 남다른 Friendly 함이 있다. 물론 Whole Food market 직원들도 상당히 친절한 편이지만, 그들의 친절함이 10점 만점에 6점 정도 되면, 여기는 9점 정도 되는 거 같다. (참고로 코스트코는 약 5점, 월마트는 3점??) 하루는 버번위스키 하나가 사고 싶어서 주류 섹션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젊은 직원이 다가와서 뭐 도움은 필요 없는지, 본인은 저번에 이거 마셔봤는데 괜찮았더라 는 식으로 응대해주는데 결코 부담스럽거나 하지 않고 무언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나처럼 아직은 미국인들의 과도한 아이 컨택팅이나 목소리 큰 대화가 부끄러운 사람이 느끼기에도..) 계산대에서도 한 명은 계산, 한 명은 종이봉투에 꼼꼼하게 담아주는데 (인간미 떨어지는 Self-check out 따윈 없다) 옆 카운터를 보면 손님들과 친한 이웃처럼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직은 부끄러워서 고맙다는 표현 정도 하는 수준이다.
내가 이곳에서 주로 구매하는 제품은 1. 와인 2. 냉동식품 3. 커피이다.
[와인] 트레이더 조스에서 전 세계 다양한 와이너리와 협업해서 가져오는 라인들이 있는데, 가격은 주로 10~20 불대로 싼데 비해 맛이 괜찮아서 이른바 '갓 성비', '혜자 템'으로 유명하다. 특히 '피노누아'를 주로 구매하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다.
[냉동식품] 섹션에 가면 정말이지 다 구매하고 싶은 것들 뿐이다. 특히나 가장 유명한 것은 '만다린 치킨'인데 PF CHANG 같은 '아메리칸 차이니즈' 스타일의 오렌지 치킨이 제대로 구현되어 있다. 이 외에도 '브로콜리 비프' 등의 중식류나 멕시칸 푸드, 최근에는 한국 식품들도 볼 수 있다.(LA갈비, 꿀 호떡 등)
[커피]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홈 브루잉 머신은 'K CUP'이다.(네스프레소 등도 있지만, 마켓셰어가 작은 편이다) 거의 모든 커피 브랜드들이 'K CUP' POD(알맹이)을 출시하고 있어서 다양하게 구매하고 있는데, 트레이더 조스의 K-CUP은 맛 대비 가성비가 뛰어나다. 12개 들이가 5불대인데, 훌푸드PB의 반값 수준이며, 코스트코의 벌크 박스보다도 객단가가 저렴해서 놀라울 따름이다.
최근에는 일부 화장품들도 출시되어 전시되었는데, 알고 보니 한국 여자들 사이에서 '승무원 필수 구매 템' 등으로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나중에 핸드크림 등은 한번 구매해 봐야겠다.
우리나라의 마켓 컬리(지금은 브랜드명을 컬리로 바꾸고 카테고리 확장하는 듯)도 상당히 PB를 잘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대표를 중심으로 MD(상품기획자)들이 매일매일 수많은 회의체와 검증을 통해 PB상품을 만드는지 잘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의 상품을 보면서 트레이더 조스에서 일하는 상품기획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러한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꿔본다. 상품이 괜찮은 만큼 그 내부는 또 얼마나 치열할까 싶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