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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팍 Jan 03. 2023

[시카고타자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미국생활리뷰  

#6 미국에서 살아보고 느낀 안 좋은 점

주위를 둘러보면 이민 수십 년 차 한국인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을 제외하고라도, 내 또래의 주위사람들은 대부분 최소 10에서 20년이 넘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이제 겨우 0.5년 된 초보 중에도 생초보 이민자이지만(그것도 아직 제대로 이민자 신분도 아닌), 내가 직접 살아보면 피부로 느꼈던 점 들, 일부 신문기사, 유튜브 콘텐츠 등에서 습득한 내용들을 토대로 미국생활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들을 솔직 담백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뻔하다면 뻔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정작 미국생활에 대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이다.


먼저 안 좋은 점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정으로 미국생활의 어두운 점들을 먼저 정리해 보고, 후에 좋은 점들을 보고 나면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무언가 긍정적인 점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자 함이다. 그렇다고 좋지 않은 데 좋다고 억지로 우기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1. 외로움

미국 생활의 안 좋은 점은 바로 외로움이다. 이건 나처럼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마찬가지 이만, 10~20년 된 주위 분들의 의견을 들어도 대체로 비슷하다. 물론 미국에서 활발하게 직장생활도 하고, 사업을 하면서 수많은 파트너들을 만나는 사람은 다를 수도 있겠으나, 한국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한국계 이민자로서, 영어 수준이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문화적인 이질감으로 인해 완벽히 미국 사회에 스며들기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또한 뉴욕, LA 등 대도시의 다운타운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한적한 서버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과 비교 시 인구밀도가 현저히 낮아, 주중에는 사람들을 많이 마주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는 때로는 미국생활의 장점으로도 작용하기도 하나, 한국처럼 북적북적대는 환경에서 살다가 온 사람에게는 다소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업무 이외의 시간은 대부분 가족들과 함께하게 되며, 각종 집안일들을 직접 몸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여가시간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그동안 본인이 만나왔던 오래된 친구들과 사회생활을 통해 얻게 된 지인 네트워크가 다시 리셋되며, 30대 이상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나이 들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 치안

이건 뭐 우리나라나 일본 정도 제외하면 대부분 전 세계 국가가 비슷한 사항이긴 하나, 미국은 특히나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일부 서버브 지역의 치안 수준은 매우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준은 아니며, 최근 팬데믹 상황 이후 심화된 빈부격차로 인해, 다운타운은 상당히 슬럼화되고, 강력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서버브 지역 역시 최근 강도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고,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홈리스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대부분의 도시가 골목 하나 건너서 위험한 지역('후드' , '게토'라고도 불리는)이 존재해서 운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얼마 전에 근처 도시인 밀워키에 갔다가 고속도로가 정체되면서 구글맵이 일부 구간을 국도로 안내한 적이 있는데, 우연히 진입한 동네가 딱 봐도 엄청 낙후된 환경이었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집집마다 철체 막이 쳐져 있으며, 바로 눈앞에서 영화에서나 볼만한 광란의 추격적이 펼쳐지고 있었다. 행여나 신호에 걸릴까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다행히 잘 빠져나와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미국의 치안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고 요즘 자동차 절도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가방, 노트북 같은 짐은 차 안에 편하게 둘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당연한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3. 총기 문제

치안과 연결되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총기'문제이다. 일전에 다른 글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기도 하였지만, 이 총기 문제는 한 나라에서 살고자 결정하는 데 아주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범죄자들에 의한 총기사건도 문제지만, 더 무서운 건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안전한 지역 내에서의 '묻지 마 총격사건'들이다. 평화로운 마을 축제 현장, 교회, 안전한 학교 안에서 정신질환이나 마약 문제 등으로 인해 바로 우리의 이웃들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사건들이 자주 일어난다. 미국에 온 지 한 달도 안 되던 시점에 인근 동네에서 독립기념일 축제 장소에서 총기난사로 주민들이 여러 명 사망하는 사건을 경험했다. 뉴스에서만 보던 사건이 내 옆 동네에서 벌어지자 미국의 '총기문제'는 이제 남의 얘기만은 아니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장소, 콘서트 등에는 무언가 마음 편히 가기가 꺼려지기도 한다. 이러한 총기사건은 내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더 불안함이 커지기도 한다.

4. 한국 이민자들의 배척

이는 직접 겪은 부분은 아니지만,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한국 사람 조심해라'라는 말을 상당히 많이 들었다. 이민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최소 0번 이상 한국 사람으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얘기도 많이 들어보게 된다. 물론 어느 나라의 이민자던지 자국민끼리 서로 사기를 치는 일이 없지 않겠지만, 유독 한국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자국민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큰 거 같다. 최근 뉴욕 한인타운을 찾은 어느 여행유튜버의 콘텐츠에서도 중국 이민자들은 서로 도와서 동네 전체를 '중국화' 하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서, 한국 이민자들끼리는 서로 돕지는 않고, 누구 하나가 잘되면 더 견제하는 분위기라는 내용을 다뤘다. 생존에 더 절실한 한국 이민자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보다는 '나'만 잘되면 되라는 정서가 더 짙은 게 사실인 거 같아 무언가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5. 의료문제

어느 나라이던지, 외국생활을 해보면 정말 한국만큼 의료체계가 훌륭한 나라는 없구나를 깨닫게 된다. 제 아무리 최고의 의약 기술을 보유하고, 존스 홉킨스 등 최고의 의과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지만, 정작 거주자에게 주어지는 의료혜택은 상당히 열악하다. 아니 열악하다기보다는 살인적으로 비싸다. 미국에서 감기라도 걸려 의사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면 무조건 100불이다. (현재 환율로 약 13만 원) 여기에 뭐 간단한 치료라도 한다면 금방 수십만이 추가되며, 구급차라도 한번 타면 수천만 원이 청구된다. 수술은 억 단위 금액으로 올라간다. 아주 비싼 의료보험을 보유하지 않거나, 완전히 빈곤층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면, 보험의 커버 수준도 매우 낮은 편이다. 그리고 '주치의' 제도가 있어서, 평소에 내 '주치의'를 지정해 놓아야 하고, 내 몸의 어디가 아프던지 일단 그 주치의를 만나야 넥스트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배우자의 한 지인은 얼마 전 아킬레스 건이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평소에 주치의 지정이 제대로 안 돼있어서, 병원 치료를 받는 데 수개월이 지체되었고, 결국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었다는 슬픈 에피소드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 온 후에는 무언가 몸이 안 좋아도 대충 약으로 버티게 되며, 대부분의 한국 이민자들 역시 비슷한 마음가짐인 거 같았다. 동네마다 병원이 즐비하고, 국민 누구나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한국 같은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


6. 높은 인건비

미국은 인건비가 높은 나라이다. 무언가 서비스가 필요해서 사람을 부르면 기본 100불부터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청소, 수리 등은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다. 아주 부유한 사람이 아닌 경우, 대부분 잔디깎이, 집 대청소, 낙엽 치우기, 눈 치우기는 본인이 직접 해야 하며, 이는 상당한 육체노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집을 이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인부들을 부르면 시간당으로 charge 되기 때문에 직접 큰 밴을 섭외하여 운전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사하는 경우가 많다. 짐이 너무 많은 대 가족인 경우 요즘 'Two men in a truck'이라는 서비스도 자주 보이는데,  남자 두 명 정도가 와서 같이 짐을 옮겨주는 서비스이다. 뭐든지 서비스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한국과 상당히 상반되는 점이며, 내 주위에는 '자동차 엔진오일 교체', '헤어컷' 정도는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Home Depot'매장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고,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DIY장비들을 구비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 헤어컷은 남자기준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 이용 중인데, 팁 포함 36불 (약 46,800원) 정도이며, 다른 곳은 모두 45불 이상이다. 두상만 예쁘면 그냥 삭발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외에도 아주 소소한 단점들이 더 있지만, 이렇게 써놓고 나니 안 좋은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여기까지 하련다. 미국 생활의 좋은 점들은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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