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틴팍 Jan 04. 2023

[시카고타자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미국생활 리뷰

#7 미국에서 살아보고 느낀 좋은 점

전편에서 미국 생활의 안 좋은 점들을 정리해 보았으니, 이 번에는 좋은 점들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람마다 가치판단 기준이란 다르기 때문에, 좋은 점/안 좋은 점들의 몇 가지 포인트들의 비중에 따라 미국 이민을 결심할 수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자연환경 (feat. No 미세먼지)

생각보다 자연환경이 사람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은 넓은 땅 덩이 대비 적은 인구밀도로 인해 모든 동네마다 공원 녹지 조성이 잘 되어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다운타운 쪽이나 빈곤층의 동네마저도 마찬가지이다. 집 앞에 나가면 푸르른 공원 같은 곳들이 한없이 펼쳐져 있으며, 시외곽으로 가야 볼 수 있는 트래킹 코스들도 동네마다 조성되어 있다.(물론 미국도 워낙 다양해서 기후 조건에 따라 조금은 다를 수도 있다.) 호수들 또한 몇 블록마다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마음 편하게 낚시 장비를 가지고 가서 한가롭게 낚시를 즐 길 수 있다. 교통체증이 심각한 캘리포니아 쪽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미세먼지가 한 톨조차 없는 느낌이다. 그로 인해 하루 종일 환상적인 하늘과 구름을 만날 수 있고, 그림 같은 일몰/일출의 핑크빛 하늘을 볼 수 있다.(눈이 많이 오는 동부지역의 겨울은 조금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비나 눈만 오지 않으면 세차를 며칠 하지 않아도 차가 깨끗하게 유지되며, 외출복에도 먼지는 찾아볼 수 없다. 황사와 미세먼지로 한국에서 고생해본 사람들에게 이 자연환경은 미국생활에 너무나도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2. 자녀 교육

내 미국행을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이유는 바로 '교육'이었다. 무조건 미국 교육을 숭배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한국의 교육 현실을 바라보면 상대적으로 미국의 교육 방식이 낫지 않나 싶다. 영어를 배운다는 것은 둘째 치고,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세상만사에 대해서 배워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기존 한국의 교육과는 접근 방식이 다른 것 같다. '암기'와 '선행학습 by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달리 수업 중에 자유롭게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질문하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배우는 것이다. 또한 이민자여서 언어능력이 모자라거나 특정의 이유로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서포트도 잘 구축되어 있다. 수능 점수로만 학생을 판단하기보다는 봉사활동, 동아리, 운동, 특기 등 학교 생활 중의 다양한 활동들에 대한 점수가 높게 평가되며(요즘 한국도 이런 방식으로 많이 바뀌어 가고 있긴 하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초중고 시절을 지나서 대학에 가서 학업량이 늘어나는 전체 흐름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3. 한적하고 여유로운 삶(층간소음으로부터의 해방)

안 좋은 점(외로움)에서도 언급한 사항이지만, 이는 어찌 보면 좋은 점이기도 하다. 인구 밀도의 얘기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애기이기도 하다. 면적대비 거주 인구수가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적한 일상을 경험하게 된다. 어느 시간에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으로 북적이는 걸 경험하기 어렵고, 해가 지면 더더욱이 도로는 한적하게 된다. 평생을 사람이 북적이는 환경에서 살다왔다 보니, 이는 미국 생활의 큰 메리트로 다가온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도로가 기본 적으로 넓고, 주차공간도 넓고 자리도 항상 여유롭다 보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다. 서울 시내 갈 때마다 겪었던 주차 스트레스, 아파트 주차장에서 겪었던 문콕 시비, 이중 주차 문제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집들이 서로 붙어 있지 않고, 아파트에 살더라도 층고가 높고 건축방식이 달라서 그런지 층간소음이란 게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층간소음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일상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듬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사랑해'가 아니라 '뛰지 마!'였다. 두 번째는 소셜 디스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다. 팬데믹 덕분에(?) 한국에도 이제 제법 소셜 디스턴스 개념이 도입되긴 하였으나, 그전에는 어디에서 줄을 서거나, 지하철 안에서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따윈 없었던 거 같다. 개인의 사회적 공간에 대해 암묵적인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보니 그 누구도 나를 침범하지 않는다.(물론 미국에도 몰상식한 사람은 가끔 존재한다.) 덤으로 건물을 출입할 때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경우는 거의 100%이다. 한국도 최근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뒷사람 개의치 않고 문을 휑 닫고 가는 경우도 많다. 지수로 표현하자면 체감상 한국은 60%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가끔은 다소 과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대방과 부딪히거나 그의 길을 방해하거나 헹여나 새치기가 되지 않는지 엄청 조심하는 거 같다.

4. 가족중심적인 삶 : 가정적인 아빠, 순수한 아이들

미국을 비롯해서 대부분 해외생활을 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비교적 순수하게 자란다고 한다. 그게 가능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차가 없이는 쇼핑몰조차 갈 수 없는 환경 탓도 클 것이다. 부모가 학교나 방과 후의 활동을 대부분 차로 라이딩해줘야 하는 환경이라 어린 시절부터 쉽게 부모눈을 피해 비행을 저지르기 쉽지 않다고 한다.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어서 방과 후에 친구들끼리 PC방이나 카페 등을 쉽게 출입할 수 있는 우리나라 환경과 크게 대조되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은 비교적 순수하게 성장하고, 교민사회에 크리스천 비중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보호받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물론 개개인 편차는 있을 수 있다. 아빠들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는 새벽에 출근한 아빠들이 야근이 많거나, 퇴근 후 동료들, 친구들과 쉽사리 술자리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어서 주말이 되어서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마저도 최근에 골프 열풍으로 주말에 하루는 골프장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회사 회식 같은 건 거의 없으니 아빠들은 대부분 저녁을 가족과 함께하게 된다.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미국에서는 가족 중심적인 삶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할로윈데이 풍경]


5. 세계 1위 나라에 산다는 것.

요즘은 워낙 전 세계적인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어 그 gap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명실상부 세계 1위 나라이다. 전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뉴테크, 바이오 기술 들을 거의 대부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하는 대중문화(할리우드 영화, POP뮤직), NBA, MLB 등의 스포츠도 미국에서는 살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쉽게 누릴 수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의 상품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도 있다. 또한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유한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주는 메리트도 상당하다. 최근 '킹달러' 하면서 환율이 올라서 전 세계가 긴장하였는데, 실제 무역수지 등에서는 플러스, 마이너스가 있겠으나, 기축통화로 돈을 버는 미국인들은 상대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와닿지는 않지만, 전 세계 1위 수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자국민 보호에 국제적인 '파워'를 보유한 미국이란 나라에 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상당히 많은 듯하다.

내가 지금 미국에 와 있는 걸 보면 지금까지 열거해본 안 좋은 점들보다 좋은 점의 크기가 더 커서 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살면서 한국 외에도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완벽한 천국도, 완벽한 지옥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앞에서 열거한 내용들이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이전 06화 [시카고타자기]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미국생활리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