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NBA 직관하며 느낀 미국의 '뼛속까지 자본주의'
으레 내 또래 중에는 농구 팬들이 많다. '농구대잔치-마지막 승부-마이클 조던'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90년대 초반의 농구 황금기를 경험한 세대여서 자연스럽게 농구에 빠지게 된 사람들이 많다. 농구선수 허제의 팬이었던 형, 누나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TV로 농구 경기를 보기 시작하였고, 이는 자연스레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 나아가 시대를 풍미했던 마이클 조던의 NBA까지 그 흥미가 연결되었으며, 그 취미는 40이 넘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매일매일 유튜브로 그날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챙겨보는 것은 물론이며, 전체 팀의 전체 로스터를 파악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NBA 관련 게임도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도 매 시즌 거르지 않고 구매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어렸을 적 꿈 중의 하나는 시카고 불스의 홈구장인 United Center에 가서 NBA를 직접 관람하는 것이었다. 이 꿈은 결혼 직후 2012년에 바로 이루게 되었다.
명색이 시카고(정확히는 노스 서버브 쪽이지만)에 사는 사람으로서 시카고에 살게 되면서 시카고 불스 경기를 안 볼 수가 없었다. 농구 경기를 제대로 본 적 없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 부랴부랴 경기표를 알아보았다. 일요일 저녁 시간에 시카고 홈경기를 검색하였고, 마침 최근 아주 잘하고 있는 '덴버 너깃츠'와의 시합이 있어서 바로 예매하고 말았다. 이미 한번 경험해 봤지만, NBA농구 표는 어느 팀과 붙느냐, 어느 좌석이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LA,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시카고도 꽤 빅마켓에 속한 도시여서 농구 표가 아주 싸지는 않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무한도전에도 나온 스테픈 커리가 있는 팀)나 LA 레이커스(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팀)와의 시합이라면 일반 티켓에 3~4배 정도가 올라간다. 물론 좌석의 위치도 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 온 가족이 함께 처음 가는 시합인 만큼 가장 싼 자리에서 한 단계 위 정도 골랐는데 이미 인당 60불이 넘는 가격이다. 거의 경기장 최 상단 쪽이며, 농구코트는 정말 자그마하게 보이는 뷰이다. 3인 가족 티켓값과 주차비, 여기에 간식비 등등 고려하면 농구 한번 보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약 40만 원 정도가 드는 결코 대중적인 가격의 액티비티는 아닌 것이다.
이 농구 표라는 게 10년 전에도 느꼈지만,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가 적용된다. 농구 코트에서 멀어질수록 가격이 낮아지며, 주차장도 경기장에서 멀어져서 추운 날 걸어와야 하는 거리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코트 바로 앞에 앉을 수 있는 시즌권(수억 원에 달한다) 보유자들은 경기장 내부에 주차가 가능하며, 꽤 비싼 등급 티켓 구매자들은 경기장 바로 앞에, 우리 같은 일반 서민(?)은 경기장 밖 공영주차장에 주차가 가능하다. 그래도 주차비는 3만 원이 넘는다. 주차권을 구매하지 못하면 경기장 주변의 사설 주차장에 대거나, 인근 주민들이 운영하는 '묻지마 주차장'(주민들이 내주는 자리에 주차하는 방식)에 대야하는 데, 안전을 생각한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식이다. 10년 전에 왔을 때도 수많은 호객꾼들이 본인 집앞에 반값에 대라는 걸 봤는데 무언가 무서운 기분이 들어서 사설 주차장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참고로 유나이티드 센터 근처는 다소의 우범지대라고 한다.) 경기장 2층에는 또 다른 형태의 VIP룸이 있는데, 주로 구단주들, 언론사 관계자들, 렉서스 클럽(?)이라고 해서 별도의 멤버십 보유자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고급 클럽처럼 그들의 외투를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해준다. 일반 서민들은 두툼한 롱 패딩을 끌어안고 보거나, 더워도 참고 입고 있어야 한다. 어딜 가도 돈 없으면 서러운 셈이다.
경기장에 입장해서는 간단히 기념품샵을 구경하고, 저녁 겸 간식을 구매하였다. 역시나 시카고 구장답게 시카고 피자와 핫도그가 메인 메뉴이며, 그 유명한 '개럿 팝콘'도 판매하고 있다. 무언가 10년 전과 메뉴 구성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농구장에서 먹는 메뉴는 아마 향후 몇십 년간은 안 바뀌지 않을까 싶다. 아이는 경기장의 규모와 꽉 들어찬 사람들이 자아내는 아우라에 어안이 벙벙한 듯해 보였다. 나도 코로나 이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장소에 보니 무언가 낯선 기분이었다. 그것도 몇 만 명이 마스크 없이 한 공간에 모여있으니 말이다. 아이를 위해 시카고 불스 팀과 농구 룰을 설명하느라 바쁘게 시간이 지났다. 핫도그와 맥주, 개럿 팝콘에 정신 팔려서 어느덧 시간은 종료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덴버가 잘하는 팀이긴 하나 오늘 너무 초반부터 허무맹랑하게 무너져서 김 빠지는 경기가 되어버렸다. 아이도 정작 본인 고향팀이 지고 나니 실망하는 눈초리였다. 생각해보면 시카고 불스는 98년 마이클 조던 은퇴 후에는 계속 하락세였다. 2010년 초반 드래프트 1순위 '데릭 로즈'(그는 나중에 시즌 MVP이자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한다) 덕분에 우승권에 가까웠지만, 불운의 부상으로 다시 지속 하락세였다. 작년에 다시 시즌 1위도 잠깐 하는 등 반등했지만, 이번 시즌도 여전히 무언가 애매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이가 조금 더 농구에 관심이 생기고, 룰을 더 이해하게 되면 이번 시즌 중에 다시 한번 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다. 시카고 불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이 소중한 겨울 시즌을 놓칠 수는 없다. 다음에 오더라도 아주 비싼 티켓을 구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구역만 가까이 내려오려면 티켓값이 인당 120불 정도로 올라가니 말이다. 경기장을 나서면서 아이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나중에 아빠가 꼭 돈 많이 벌게, 그 때는 경기장 바로 근처에 내려가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