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틴팍 Jul 22. 2023

[시카고타자기] 파타고니아 말고 이거  

#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빈야드 바인스'(vineyard vines)

어쩌다 보니 남미, 동남아, 오세아니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살아볼 기회가 있었고, 그 나라에 가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에서 옷을 구해서 입게 되는 편이었다. 사람을 관찰하는 특기 아닌 특기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하게 되고, 최대한 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도록 꾸미고자 했다. 물론 로컬사람들의 옷차림이란 그 나라의 날씨, 또는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것이므로 그 모습을 따르는 것은 결코 손해 볼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나라를 옮겨 다니며 옷장에 옷의 수가 늘어나게 되는 부작용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옷들은 나라를 옮기면서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미국 서버브의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슈트를 차려입은 일부 직장인을 제외하고는 '지금 운동을 하러 가는구나' 싶은 복장들이다. 나이키,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캐주얼 또는 스포츠 브랜드들이 실제로도 많이 보인다. 그러다가 처음 보는데 유독 눈에 많이 띄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귀여운 고래를 심벌로 갖고 있는 '빈야드 바인스'(vineyard vines)이란 브랜드였다.  

이 브랜드는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한때 한국에서 유행했던 '프레피룩(Preppie Look):미 동부 부유층이 입었던 포멀 한 스타일로 영화 '위대한 개츠비',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 '폴로 랄프로렌' 등을 떠올리면 된다.'라고 할 수 있는데, 다만 앞에 언급한 다른 브랜드들 보다는 다소 어깨에 힘을 좀 빼고, 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인상이다. 남성, 여성에 아동복도 있어서, 가족과 함께 입으면 무언가 더 멋스럽고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런 브랜드이다. 이 브랜드는 티셔츠 퀄리티가 좋기로도 유명한데, 미국의 가혹한 건조기 속에서도 전혀 줄어드는 경우를 본 적이 없어서 만족스럽다.(우리나라처럼 빨래를 널어서 건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유명 브랜드 옷들도 건조기 몇 번 돌리다 보면 배꼽티가 되어 있는 좌절스러운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  

브랜드는 Shep와 Iman Murray라는 형제에 의해 1998년 만들어졌는데, 가혹한 직장생활 속에서 번아웃을 느꼈던 두 형제가 무작정 퇴사 후 만들었다고 하는데, 역시 용기 있는 자가 미인.. 아니 부를 얻나 보다. 처음에는 넥타이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는데, 20여 년 후에 이 브랜드는 연 매출 1조 수준의 큰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취급하는 옷의 종류도 정말 미국 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되었다. 셔츠와 팬츠, 티셔츠 같은 일상복에서부터, 수영복, 래시가드 등 퍼포먼스 웨어 등이 주를 이루며, 대부분의 옷들이 남성, 여성, 아동용이 같이 나와서 패밀리룩을 연출하기 쉽게 해 준다. 특히 고래 심벌을 모티브로 아주 다양한 그래픽들을 전개하는데 귀엽기도 하고, 무언가 입기에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이 브랜드는 유명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인 모델을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Real Good People"이라는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하면서 일반인들을 모델로 그들의 실제 라이프 스타일 속에서의 빈야드 바인의 룩을 보여준다.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비슷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 브랜드는 계속해서 이 콘셉트는 유지하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배 위에서 낚시를 하는 세 친구의 모습을 담은 화보, 아이와 스포츠를 즐기는 엄마의 모습, 온 가족이 패밀리룩으로 맞춰 입고 찍은 행복한 사진 등이다. 이 화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가격이 GAP보다 비싸고 랄프로렌 폴로보다 살짝 낮은 수준이니 결코 가벼운 가격대는 아니다. 가끔 진행되는 세일 때 맞춰서 온 가족이 대량으로 구매하다 보니 어느덧 옷장에 이 브랜드의 옷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질이 좋고, 일상생활에 무난하게 입을 수 있으니 단연 손이 많이 가는 그런 옷이다. 아직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은 것 같은데, 누군가 돈이 많은 사람 혹은 회사에서 이 브랜드를 한국에 전개해 보면 어떨까 싶다. 어찌 보면 한국 사람들 눈에는 너무 미국 스럽고, 다소 밋밋할 수도 있겠으나, 최근 파타고니아가 한국에서 교복처럼 유행하는 걸 보니,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도 있겠다 싶다. 미국에 여행을 올 기회가 있다면 가족들 선물로 이 브랜드를 구매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끝]



이전 08화 [시카고타자기] 피츠버그 랩소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