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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팍 Jun 09. 2023

[시카고타자기] 피클볼에 빠진 미국

# 엔데믹형, 하이브리드 스포츠 피클볼

가족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피클볼(Pickle Ball)이라는 스포츠인데 요즘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다. 언뜻 보면 테니스 같기도 하고, 배드민턴 스럽기도 하고, 야외에서 하는 탁구 같기도 한데, 실제로 그 세 스포츠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방식이다. 얼마 전 집 앞에 있던 테니스 코트 2개를 리노베이션 하더니, 보라빛깔의 아주 작은 테니스 코트가 무려 6개나 생겼다. 처음에는 배드민턴 장이 생긴 건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갔는데, 얼마 후 수십 명의 동호회가 와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알게 되었다. 바로 피클볼이었던 것이다.

매일 저녁 온가족의 새로운 취미가 된  피클볼
피클볼 전용 패들

피클볼이 최근에 생긴 스포츠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의외로 1965년 정도에 개발된 역사가 나름 오래된(?) 라켓 스포츠이다. 전 워싱턴 주지사였던 조엘 프릿쳐드란 사람이 우연히 배드민턴 장에서 휘플볼(야구 연습용으로 쓰는 구멍이 뚫린 플라스틱 공)을 나무판대기로 치다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피클볼은 큰 탁구채 같은 라켓과 휘플볼을 사용하여 플레이한다. 얼마 전 아이용 야구 배트와 연습용 공을 세트로 구매한 적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 있던 공이 피클볼 공과 정확히 같아서 놀라웠다. 팬데믹 이후에 야외활동이 다시 많아지면서 피클볼은 최근 미국에서 다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게 바로 피클볼 전용 공의 모습

피클볼은 테니스보다는 덜 격렬하고, 탁구보다는 야외에서 하는 재미가 있고, 배드민턴보다는 쉽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로 경기장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시니어들이 많고, 가족 단위도 종종 볼 수 있다. 아빠와 딸이 한 팀을 이루고, 엄마와 아들이 한 팀을 이뤄 시합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시니어분들은 70~80년대 올드팝을 크게 틀어놓고 열심히 피클볼을 즐긴다. 그래도 그 음악들이 싫지 않아 다행이다. 테니스를 치기에는 부담스러운 나이대에게  그 유사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아주 적절한 대안이 되어준다. 이건 '노인'만을 위한 운동이야!라고 선언하는 게이트볼보다는 조금 더 세련된 느낌일 것이다.

시니어들이 좋아하는 피클볼

통통 튀는 플라스틱 공의 바운스가 좋고, 나무판으로 된 패들로 공을 쳐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몸도 적당히 움직이니 유산소 운동도 되고, 온 가족이 저녁 먹고 집을 나서 선선한 바람 쐬며 소화시키기에도 적당한 운동이다. 본격적으로 패들과 공 세트를 구매하고 나서부터는 우리 가족 세명은 저녁 식사 후에는 거의 주 7일을 피클볼장으로 출석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어려워하던 아이도 계속 치다 보니 이제 제법 랠리가 가능해져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오히려 미세한 스킬이 요구되는 탁구보다 패들의 면적이 넓고 야외에서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접근성이 좋은 스포츠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급격히 살이 찐 아이에게 피클볼은 일종의 다이어트 효과도 가져다주고 있다.

피클볼치고 살좀 빠지자 우리

9살인 아이는 얼마 전까지 피클볼장에 출입하는 유일한 어린이였는데, 최근 엄마와 같이 오는 또래 여자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거의 매일 저녁 코트에서 마주치다 보니 서로를 인지할 정도가 되었는데, 오늘 정리하고 집으로 가려는 우리에게 그 아이가 먼저 말을 건네 왔다. "괜찮다면 저 아이와 내가 같이 피클볼을 쳐도 될까?" 당당하게 말을 건넨 그 아이에게 우리도 그러고 싶어 했는데 먼저 제안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오늘은 해가지는 바람에 못 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내일 저녁에는 아마 세기의 대결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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