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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팍 May 13. 2023

[시카고타자기] 미국 MBA입문기 #1

#16 40대 한국 아저씨도 MBA 학생이 될 수 있을까

올 3월, 대학 졸업한 지 근 20년이 다되어가던 차에 다시 학생 신분이 되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부터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생각도 많았고, 구체적으로 등록을 알아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바쁜 회사 생활과 결혼, 육아 속에서 시간적인 여유나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MBA는 언제나 나의 '버킷리스트'에나 존재하던 것이었다. 나 같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야간 MBA나 온라인 MBA도 고민해 봤지만, 1주일에 한번 이상 출석하고, 주말을 오롯이 헌납해야 하는 상황조차 나에겐 버거운 현실이었다. 수천만 원이나 들어가는 학비도 한창 돈을 모아야 하는 30대 월급쟁이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미국에 오고 나서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보다 소중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6개월은 정착한다고, 적응한다고 이래저래 바삐 지나갔지만, 이렇게 있다가는 아무것도 안 한 채 1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중에 혹시나 미국에서 밥벌이를 하려고 해도 미국 학위가 없다는 점은 큰 약점이기도 했다. 나름 한국에서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고, 기업에서 17년을 근무했어도, 미국에 오는 순간 나는 무학력자 취급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매일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다운타운에 있는 학교로 출석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담스럽고, 이제 와서 GMAT이나 TOEFL을 새롭게 준비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나에게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찾다 보니, 결론은 바로 온라인 MBA였다.


미국에 있는 수십여 가지 온라인 MBA를 탐색하던 중(어차피 공간적 제약이 없으니), 일리노이 주립대학 어바나샴페인(University of Illinois Urbana Champaign)에서 운영하는 Gies(기스) iMBA가 눈에 들어왔다. *미국의 단과대학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주에서는 시카고대학(경제분야 전미 1위), 노스웨스턴(가수 존박이 나온)이 TOP 티어 대학들인데, 그들은 진입장벽이 너무나 높았다.(억대가 넘는 학비나 거의 만점에 가까운 GMAT, TOEFL이 요구된다) 그다음으로 알아주는 대학이 바로 어바나샴페인이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사태 몇 년 전부터 이미 100%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온라인 수업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주립대학답게 '갓성비'를 자랑하는 수업료 또한 매력적이었고, 무엇보다 직장 경력이 있으면 GMAT면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에게 최적이었다. 다행히 2년 전에 봐둔 TOEFL 점수가 있어서 영어 시험을 별도로 보지 않아도 되었다.

올 겨울 나홀로 미중부 여행시 들러봤던 학교
학부생들은 모두들 팀 과제 준비에 바빠 보였다


온라인 MBA이지만 실제 Full Time MBA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긴 것뿐이라, 지원과정부터 결코 녹녹하지는 않았다. 아주 상세한 수학계획서나 Essay, Resume는 기본이고, 직장상사나 교수님 추천서도 2개 이상 받아야 했는데, 허투루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학부시절 학점(GPA)도 일정 기준이 있어서 그 미만인 경우 입학이 제한된다. 대학시절부터 학점 관리도 잘해놔야 후에 뒤탈이 없는 세상이다. 다행히 한 단계 한 단계 필요한 서류들을 차분히 준비하였고, 최종 인터뷰를 포함한 두어 달의 프로세스 후에 겨우 입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졸업을 하는데 2년 반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이수해야 할 학점이 72학점이라서 4학점 짜리 과목을 18개나 수강해야 하고 총 4개의 전공심화 및 Capstone(졸업과제)까지 마쳐야 해서 2년 반도 빠듯하다고 한다. 다른 온라인 MBA들은 1년 과정도 많고, 이수 학점도 거의 절반 수준이던데, 너무 힘든 길을 선택했나 살짝 후회되기도 하였다. 그래도 이렇게 제대로 하는 게 학위도 학위지만 실질적으로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듣기로 결심했다.


처음 필수로 들어야 하는 과목들은 'Micro economics', 'Money & Banking', ' Statistic' 등 주로 경제, 회계, 통계 등 가장 어려운 분야들이었다. 8주에 한 과목이 진행되는데, 한주마다 사전에 동영상으로 된 수업을 미리 듣고, 1주에 한 번은 90분짜리 라이브강의에 줌으로 참가해야 한다. 라이브 수업은 주로 조별 토론과 발표 중심으로 운영된다. 중간중간 여러 가지 형태의 퀴즈, 리포트가 있으며, 중간고사, 기말고사 2번의 시험, 총 4개의 팀 과제가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경영, 경제 수업이 처음이다 보니(참고로 나는 신문방송학 전공) 처음에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그래도 온라인의 장점이 여기에 있기도 하는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여러 번 다시 돌려서 볼 수 있고, 모르는 단어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게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다면 아마 수업 시간 내내 혼자 끙끙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매주 진행되는 라이브 세션 풍경
라이브 세션 강의 화면
경제학이라서 이런 그래프 작업이 많다. 주로 아이패드와 펜슬을 이용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총 6명이 모인 팀 구성원들이 너무나도 괜찮다는 점이었다. 나를 포함한 6명 모두가 이번과목이 첫 MBA수업이어서 그런지 한 명의 프리라이더 없이 열심히 참가해 주었다. 거의 대부분이 엔지니어나 회계 쪽이라 그 꼼꼼함이 때로는 투머치라고 생각될 정도로 열심이었고, 다른 의견도 서로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미국, 영국, 독일, 인도, 도미니카 공화국, 한국 등 6명 모두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모인 것도 신기했다. 다행히 4개의 조별 과제는 모두 만점으로 마무리되었고, 6명은 다음에 또 이렇게 만나면 참 좋겠다 아쉬워하며 온라인으로 소소하게 석별의 정을 나눴다.


지난주에 첫 과목의 Final exam이 끝나고 두 번째 과목이 막 시작되었다. 이제야 1/18 이 끝난 지점이라 이렇다 저렇다 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그래도 첫 과목을 낙오 없이 완주했다는 점에 소소한 성취감을 느꼈다. 근 20여년 만에 학교라는 걸 다니고(비록 온라인 이지만), 과제도 내고 시험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미국학교에서 내 언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하는 거라 더 재밌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첫 3과목에서 평균 B이상 받지 못하면 자동 퇴학이다. 두 번째 세 번째 과목의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거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을 하면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 비해서는 공부할 시간이 많으니 다행이다. 후에는 나에게 보다 친숙한 분야인 디지털 마케팅, 마케팅, 인사 등의 내용들이 나오니 조금은 더 수월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도 해본다. 온라인 MBA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글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학교에 들렀을 때 구매해둔 학교 로고 나이키 모자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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