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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틴팍 Aug 03. 2024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다    

# 눈 깜빡하다 코베일 뻔 한 이야기

어쩌다 보니 미국에서 작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사업이라 하기엔 구멍가게 수준도 안되지만, 미국의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셀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미국에서 당장 영주권도 없고, 학위도 없으니 그럴싸한 직업을 갖기도 어려웠어서,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에 시작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물론 다른 종류의 사업을 알아볼 수도 있었다. 그래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전 직장이 TV, 인터넷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 물건을 판매하는 유통업계다 보니,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상품을 다루시는 아시는 분들(이른바 네트워크)이 있다 보니, 그분들을 통해 검증된 상품들을 미국으로 수입해 올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들었다.


주재원 생활을 하면서, 해외에서 작은 사업처럼 일을 해보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건 다 갖춰진 시스템 속에서 내가 맡은 일을 해내면 되는 '직장생활'이었다. 막상 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져온 '아마존 무작정 따라 하기'라는 책을 통해서 셀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하는지, 사업의 장단점 등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한국 책들은 한국에서 원격으로 아마존 셀러가 되는 방법에 대한 안내들이 주를 이뤘다. 나는 미국에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활용하여 미국에 직접 법인을 설립해 보기로 했다. 아마존 셀러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법인을 세우는 것이었다.

랩탑하나, 라벨 프린터 하나가 전부. 아이 책상위, 동네 도서관 등이 내 주 사무실.  저기에 앉아 언젠가 사업이 커지리라 끊임 없이 꿈을 꾼다.
아마존 설립 초창기 제프 베이조스. 저런 초라한 곳에서 지금의 아마존까지 키워낸 것이다.

법인 (LLC) 설립하기.

요즘 인스타를 보면, 미국 국세청(IRS)과 주 정부에 직접 법인을 등록하고 신청하는 방법도 나와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안 해본 법인 설립을 그것도 미국에서 하려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와이프의 외삼촌이 미국에서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회계사 셔서, 법인 설립은 부탁을 드렸다. 처음 법인을 설립하는 분들에게는 이런저런 고생하지 말고 그냥 회계사를 통하시길 권장한다. 이는 추후에 세금보고와도 연결이 되는데, 일반 직장인 세금보고처럼 결코 간단한 수준이 아니니, 그냥 맘 편하게 복잡한 건 회계사에게 맡기고 그 에너지를 다른 영역에 쏟기를 추천한다. 법인 설립은 의외로 금방 되었다. 물론 설립자가 SSN(소셜 시큐리티 넘버)를 갖고 있어야 하며, 미국 현지 은행에 법인 계좌 개설을 해야 한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자 일 필요는 없다. 미국은 의외로 이렇게 스몰 비즈니스 창업에는 큰 제약을 안 두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편이다. 미국 법인의 종류에는 C-Corporation, S-Corporation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나처럼 1인 사업자는 대부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설립하게 된다. 참고로 법인 설립 비용은 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백만 원 수준이다. (회계사 펌 마다 다를 수 있음)


법인 이름 정하기 및 로고 만들기

법인 이름은 워낙 예전부터 내가 개인사업을 한다면 하고 상상하면서 만들어놓은 이름이 있어서 그걸 그대로 사용했다. 이 이름은 10년 전에 만든 네이버 블로그 (팔로워 한 명도 없는)의 이름이기도 했다. 좋은 브랜드를 책 엮듯이 계속 소싱해서 고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바인더리'(Brand + Bindery)라고 정했다. 북아트를 전공한 와이프의 인스타 아이디에서 Bindery를 차용했다. 그리고는 이메일, 명함, 홈페이지등에 사용될 로고제작을 하기로 했다. 당시에도 Canva, 미리캔버스 등 무료 디자인 Tool들이 있었지만, 무언가 제대로 로고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구글링을 통해 디자인 대행업체를 찾았다. 그러다 한 곳에 연결이 되었는데, 여기에서 눈뜨고 코베일뻔했다. 코는 안 베이고 인중에 스크래치 정도 난 것 같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디자인 대행업체들은 다양한 패키지를 제안한다. 로고만 제작하거나,  로고와 홈페이지 디자인까지 엮거나, 회사 전용 공문서 디자인 등 점점 비싸지는 패키지다. 나는 당연히 1인 기업이니 가장 저렴한 '로고만' 만드는 70불짜리 패키지를 의뢰했다. 프로젝트 매니저가 선정되고, 나에게 연락이 와서 대략적인 콘셉트를 확인하는 등 뭔가 제대로 운영되는가 싶었다. 중간에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꽤나 마음에 드는 로고가 나왔다. AI가 디자인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거 같은 약간의 휴먼터치가 있었다.

우여곡절끝에 나온 로고. 이니셜 B가 책처렴 엮었는데, 쇼핑백 느낌도 나서 의도를 잘 구현했다.













다만, 이 프로젝트 매니저가 중간에 갑자기 '특허 등록'을 해야 한다면서 200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안 하겠다고 하니, 나중에는 각종 회유와 위협소구를 하고, 급기야 상당히 안 좋은 매너로 대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최종 디자인된 로고 파일도 전달할 수 없다는 말까지 하였다. 특허등록은 내가 나중에 할 수도 있었고, 대행을 맡겨도 100불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이런 불쾌한 사태는 결국 여러번의 메일과 컴플레인을 통해 마무리되었다. 사업 시작하면서부터 '와아 정말 눈 깜빡하면 코베이는 구나' 싶었다.

* 나중에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사연을 올렸더니, 대부분의 디자인 대행사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번다고 한다. 요즘엔  AI기술도 좋으니 그냥 AI에게 맡기시길 권장한다.


그래서 수업료는 얼마나 내셨어요?

사업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도 많고, 재빠르게 판단해야 할 경우도 많고, 자잘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지금도 한 건 이슈가 발생하여 또 마음고생하는 중에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이른바 '수업료'를 내야만 점점 더 마음이 단단해지고, 그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안 겪게 된다. 수업료를 얼마나 비싸게 내느냐, 조금 싸게 내느냐 차이이다. 나중에나 또 알게 되겠지만, 지금도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는 중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간담이 서늘하다.

물류비를 아끼고자 얼마전 부터 직접 핸들링하고 있다. 태평양을 건너 LA에서 기차타고, 트럭타고 온 내 베이비들..  미국은 땅덩이가 커서 물류비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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