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높은 사람인데 연애해도 될까요?

상대에 대한 호감의 근원이 뭔지 되짚어보자

by 롱은

6년만에 소개팅을 했다. 설렘과 긴장이 공존하는 어색한 자리. 이 나이돼서 소개팅 초짜로 보이고 싶진 않지만 역시 나의 낯가림은 늘 그렇듯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소개팅 내내 나다운 모습을 보여줘야지 했지만 과연 그랬을지 모르겠다. 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술의 힘을 빌려 열심이 PR했다. 그는 솔직하고 착해보였다.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 같아보였다.


두 번째 만남에 재미있고 밝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보이는 그가 좋았고 그 다음은 불안했다. 난 아직 내 커리어도, 내 삶도, 마음도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이지 않은데 내가 그를 만나도 될까? 그가 나에게 호감을 가진 게 눈에 보였지만 되려 어디서 호감을 느끼는 지 불안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국 그에게 열등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감정과 열등감을 같이 느끼다니..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대기업에 자기 일을 사랑하는 그가, 해외 출장을 다니며 영어로 소통하는 그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그가 부러웠다.


한 껏 들떴던 그와의 만남 전과 다르게 마음이 축 쳐져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줄 사랑이 남았을까? 되려 나의 불안이 그에게 피해를 주면 어쩌지, 너무 많이 의지하게 되버려서 그를 힘들게 만들바에는 시작하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

끊임없이 나의 부족함들을 꺼내며 이 관계를 멈춰야 하는 이유들을 나열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에게 다정한 소리를 해줄 친구과 쓴 소리를 해줄 친구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다정한 친구는 내가 너무 멀리까지 생각해서 그렇다며, 당장 결혼 할 것도 아닌데 마음을 가볍게 잡고 이야기 들어보니 좋은 사람인 것 같으니 만나봤으면 좋겠다 조언해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그래 내가 생각보다 더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그래서 불안함이 더 커진거야. 가볍게 마음 먹고 다음 주에 만나보자' 결심했다.

그리고 이어서 쓴 소리를 해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내게 지금 연애할 상태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너는 너 스스로에게 만족을 하기 전까지 누굴만나든 계속 그런 생각을 할거야. 그래서 지금은 연애가 중요한게 아닌 것 같아. 스스로 자신감을 가진 후에 연애도 시작 하는게 좋지 않을까?.' 그리고 이어서 해주는 조언들도 하나 같이 맞는 말이라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실 둘 다 나를 위한 마음으로 해준 말들이기에, 맞고 틀리고는 없었다. 나의 결정으로 내가 행복해지는게 그들이 바라는 일일테니.


그래서 이 두서 없는 나의 불안과 연애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쉽게도 나는 그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의 나는 내 불안을 인정하고 그와 연애하며 성장하기를 그렸지만, 내가 그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이성적인 감정이 아니였음을 지나고 나니 알게되었다.

이 글을 읽는 나와 비슷한 경험 중인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만약 상대에 대한 호감이 나의 부족함에 비해 상대는 커보이는 동경으로 부터 시작되었다면 그 연애는 말리고 싶다. 불안형은 나도 모르게 나를 낮추고 상대를 크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랬기 때문에 호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꼈다. 이런 경우에는 연애 대신 혼자서 하는 경험을 늘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연인과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혼자 가본다던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영화관에서 혼자 본다던가. 나의 경우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수록 자연스레 자존감이 올라가면서 불안이 잦아들었다.


끝으로, 당시에 불안에 관련한 글들을 많이 읽었는데, "나는 나를 작게 느끼지만, 진짜 내 모든 것이 다 작은 것은 아님을 잊지말자."라는 생각을 들게해준 글의 링크를 첨부하니 시간이 난다면 가볍게 읽어보길 추천한다.

https://brunch.co.kr/@onnaself/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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