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싫음이 만드는 관계의 왜곡

by 김경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감정 중 하나가 바로 "싫음"이다.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싫음은 관계를 왜곡하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사람으로 보지 않고, 내 안의 그림자를 덧씌운 투사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관계는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으로 변질된다.

뉴욕 상류층 아이들의 화려한 생활을 그린 드라마 〈가십걸〉은 관계 속 싫음이 어떻게 왜곡되는지 잘 보여준다. 블레어와 세레나는 절친이지만, 서로에 대한 질투와 동경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블레어는 세레나의 자연스러운 매력과 자유분방함을 싫어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자유분방함이 자신이 억눌러온 욕망이기 때문이다. 세레나는 블레어의 철저한 계획성과 사회적 지위를 불편해하지만, 동시에 그 안정감을 부러워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싫어하면서도, 사실은 자기 안의 그림자를 상대에게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싫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부정한 성질이 관계 속에서 드러날 때 생기는 불편함이다. 결국 그 불편함은 두 사람의 우정을 끊임없이 시험대에 올려놓는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에서는 싫음이 어떻게 극단적 집착으로 뒤틀리는지가 드러난다. 네이트는 마돈나 같은 인물들을 미워하면서도 동시에 매혹된다. 그는 연인 매디의 도발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성격을 "싫다"고 하면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왜냐하면 매디의 자유분방함은 네이트가 자신의 내면에서 철저히 억압해온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억누른 성적 충동과 불안정을 매디에게 투사하고, 그 투사가 강렬한 매혹과 증오로 뒤섞인다. 이때 싫음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관계를 집착과 폭력으로 왜곡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융의 설명처럼:"투사는 우리가 인식하기 힘든 자질을 타인에게 던지는 행위다. 그러나 그 던져진 자질은 우리를 다시 사로잡는다."


네이트가 매디를 통제하려 하지만 결국 매디에게 휘둘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억눌린 그림자는 타인을 통해 돌아와, 관계를 왜곡하고 파괴한다.

영국 드라마 〈오티스의 성 상담소〉에서는 싫음이 어떻게 편견으로 작동해 관계의 진실을 가리는지가 드러난다. 오티스는 동급생 에릭의 화려한 옷차림과 과감한 자기 표현을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사실 그 불편함은 자기 안의 억눌린 자유로움과 욕망이 자극된 결과였다.

한편 에릭은 보수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나는 괜찮아, 나는 문제없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친구들의 비웃음을 '꼴 보기 싫다'고 느낀다. 사실 그 비웃음 속에는 에릭이 두려워하는 자기 정체성의 그림자가 반영돼 있다.

이 드라마는 관계 속 "싫음"이 어떻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고, 친밀감 대신 거리감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 불편함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순간 관계는 새로운 깊이를 얻는다. 오티스와 에릭의 우정이 결국 성숙해지는 이유도, 두 사람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싫음"은 관계를 세 가지 방식으로 왜곡한다.

첫째, 투사적 왜곡이다.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성질을 타인에게 덧씌우고, 그 사람을 혐오한다. 《가십걸》의 블레어와 세레나가 그 예다.

둘째, 집착적 왜곡이다. 싫음과 매혹이 뒤섞여, 관계가 집착과 폭력으로 흐른다. 《유포리아》의 네이트와 매디가 보여준다.

셋째, 편견적 왜곡이다. 편견과 고정관념이 싫음으로 강화되면서, 진짜 상대를 보지 못한다. 《오티스의 성 상담소》의 오티스와 에릭의 초기 관계가 그렇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그림자와 깊이 연결돼 있다. 우리가 자기 그림자를 인정하지 않을 때, 관계는 타인의 모습에 의해 끊임없이 왜곡된다.


나는 어떤 사람을 이유 없이 싫어했는가? 그 사람의 어떤 모습이 나를 자극했는가? 혹시 그 모습은 내가 내 안에서 억눌러온 성질은 아니었는가?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싫음을 단순한 감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자기 성찰의 도구로 바꿀 수 있다.

"싫음"은 관계 속에서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투사의 결과다.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그림자를 덧씌운 채 혐오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의식화할 때, 관계는 다시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


다음 회 예고억압된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 드라마 〈You〉, 〈더 시너〉, 〈더 힐〉을 통해 억압의 법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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