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어둠의 계시』 - 욕망을 대신 살아내는 사람

by 김경은

우리는 종종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을 보며 "저 사람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눈을 뗄 수 없다. 불편하지만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 인물이 나를 대신해 내가 감히 드러내지 못한 욕망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투사(projection)라는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다. 내가 억누른 욕망이 타인 속에서 대리 실행될 때, 우리는 거부감과 매혹을 동시에 느낀다.


최근 공개된 심리 스릴러 드라마 〈어둠의 계시〉는 이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목사, 전과자, 형사라는 세 인물이 서로의 상처와 신념을 들여다보며 충돌하는 이야기인데, 사실상 이들의 갈등은 각자의 그림자가 서로에게 투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성민찬 목사는 오랜 신념을 지키고자 하지만, 과거의 실수와 좌절이 내면에 깊은 그림자로 남아 있다. 그는 자신의 죄책감을 정직하게 직면하지 못한다. 대신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투사하여, 타인을 판단하고 심판한다. 목사의 신앙적 확신은 사실 자신의 불안과 죄책감을 타인에게 떠넘긴 결과다. 그의 설교는 구원의 언어이지만, 그 안에는 "나는 아직도 용서받지 못했다"는 고백이 숨어 있다.


권양래 전과자는 과거의 폭력과 범죄로 인해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그는 그 감정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타인의 잘못을 자신의 상처처럼 느끼며, 복수와 응징을 실행한다. 그는 자신이 억눌러온 분노와 복수심을 사회 속 타인에게 투사하여 대리 실행하는 것이다. 그의 폭력은 타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그림자의 외부화다.


이연희 형사는 어린 시절 경험한 트라우마 때문에 '구원자'가 되려는 강한 정체성을 가진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이 구원받고 싶다는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한다. 피해자를 돕는 과정은 결국 자신을 구원하려는 몸부림이다. 그녀의 정의감은 숭고하지만, 동시에 내면의 불안과 상처가 반영된 그림자다.


세 인물은 서로의 거울이 된다. 목사는 전과자에게 자신의 죄책감을 보고, 전과자는 형사에게 자신의 구원 욕구를 본다. 그들은 서로의 그림자를 통해 얽히고, 그 그림자를 대신 살아내며 극단으로 치닫는다.


융은 말했다."투사는 자신의 그림자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심리적 과정이다. 그러나 결국 인간은 자기 안의 그림자를 통해서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즉, 투사는 단순한 방어기제가 아니라, 자기 이해로 나아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Revelations〉의 인물들이 서로를 향해 던지는 비난과 응징은, 사실은 자기 자신을 향한 고백이다. 그들은 서로의 삶을 통해 자기 그림자를 대리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무너지고 성장한다.

〈Revelations〉의 긴장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인물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통합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투사하여 대신 살아내게 만들 때, 갈등은 폭발적으로 증폭된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매혹을 주는 이유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그림자가 사실 우리의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목사의 위선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감추고 싶었던 두 얼굴을 본다. 전과자의 폭력 속에서, 우리는 우리 안의 억눌린 분노를 본다. 형사의 구원 강박 속에서, 우리는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여야 한다"는 욕망을 본다.


관객은 인물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매혹된다. 왜냐하면 그는 우리 대신 욕망을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히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하는 것들을, 드라마 속 캐릭터가 대신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사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예컨대, 사회가 특정 집단을 향해 "위선적이다, 위험하다"고 몰아세울 때, 사실은 그 사회가 억눌러온 욕망이 그 집단에게 투사된 경우가 많다. 〈Revelations〉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그림자를 던지듯, 사회도 늘 특정 대상에게 자기 그림자를 던진다.


융은 이를 집단 투사라고 불렀다."개인이 자기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을 때, 그것은 집단 전체의 그림자가 된다."

따라서 투사를 이해하는 일은 개인의 성숙만이 아니라, 사회의 갈등을 성찰하는 길이기도 하다.

당신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캐릭터는 누구인가? 그 인물에게서 본 것은, 혹시 당신이 억눌러온 욕망의 모습이 아닌가? "나는 절대 저렇지 않아"라고 말할 때, 혹시 그 말 속에 자기 그림자가 숨어 있지 않은가?


다음 회 예고스페인 드라마 〈엘리트〉를 통해 '꼴 보기 싫음'의 심리를 더 깊이 파헤쳐본다. 부자와 가난한 학생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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