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드라마 〈석세션〉은 미디어 제국을 둘러싼 로이 가족의 권력 투쟁을 그린다. 표면적으로는 무자비한 아버지 로건과 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자녀들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들은 모두 서로의 그림자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청자들이 이 불편한 가족사에 몰입한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추악함 속에서 우리 자신의 억눌린 욕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켄달 로이는 겉으로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CEO를 꿈꾼다. 아버지의 구시대적 경영을 비판하고, 더 나은 리더가 되겠다고 다짐한다. 많은 시청자가 초반에는 그를 응원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그가 아버지를 비난하면서도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로건 로이는 냉혹한 권력의 화신이다. 자식들조차 체스판의 말처럼 다루고, 필요하면 언제든 희생시킨다. 켄달이 그를 증오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켄달 내면에도 존재하는 통제욕과 권력욕의 그림자를 아버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융은 말했다."우리가 가장 강하게 혐오하는 타인은, 대개 우리 안에서 억눌러온 성질을 상징한다."
켄달이 로건을 미워할수록, 그는 아버지를 닮아간다. 회사를 차지하려는 과정에서 그는 점점 더 교활해지고, 형제들을 배신하며, 결국 아버지와 똑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정의를 추구하는 그의 명분은, 동시에 권력욕이라는 그림자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보통 "다른 사람과 달라서 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나와 닮았기에 더 싫은 경우가 많다. 내가 부정하려는 나의 모습을 타인에게서 보게 될 때, 불편함은 극대화된다.
드라마 속 시브 로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녀는 정치 컨설턴트로서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지만, 가족 사업에 합류하는 순간 아버지만큼이나 무자비해진다. 시청자들은 그녀의 위선에 분노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자기 안의 그림자를 본다. "나는 저렇게 이중적이지 않아"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 권력 앞에서의 타협과 변절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보편적 유혹이다.
융은 이를 투사와 동일시의 관계로 설명한다."인간은 자신이 부정한 성질을 타인에게 투사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그 성질과 동일시되기도 한다."
즉, 켄달이 로건을 혐오하는 만큼 그를 닮아가고, 시청자들이 로이 가족을 경멸하는 만큼 그 안의 자신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
〈석세션〉이 시청자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중독적 몰입을 준 이유는, 이 드라마가 우리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켄달을 응원하면서도 그의 나약함이 거슬렸고, 로건을 증오하면서도 그의 카리스마에 매혹되었으며, 로이 가족을 경멸하면서도 그들의 부와 권력이 부러웠다.
이처럼 드라마 속 인물들은 단순히 이야기의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투사 대상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도덕적이고 선한 사람이라 믿고 싶지만, 드라마는 그 믿음의 이면에 숨어 있던 그림자를 드러내 보여준다.
다음 회 예고드라마 속 인물들이 우리 대신 욕망을 살아낸다? 최근 공개된 심리 스릴러 〈Revelations〉를 통해 우리가 억누른 욕망이 어떻게 타인을 통해 대리 실행되는지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