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엘리트』 - 꼴 보기 싫음의 메커니즘

by 김경은

"꼴 보기 싫다"는 감정은 일상에서 흔히 겪지만, 설명하기 가장 난감한 심리 반응 중 하나다. 그 사람은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마주하기만 하면 불편하다. 이 불편함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내 안의 그림자가 타인을 통해 비쳐지는 순간이다.

스페인 드라마 〈엘리트〉는 이 메커니즘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명문 사립학교 '라스 엔치나스'에 가난한 배경을 가진 전학생들이 들어오면서, 학생들 사이에 갈등과 질투, 미움이 폭발한다. 부유층 아이들은 신분이 다른 전학생들을 '꼴 보기 싫다'고 여긴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들 역시 부자들의 오만과 특권 의식을 '꼴 보기 싫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혐오의 양쪽에는 모두 자신이 부정하고 싶은 욕망과 열등감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부유층 학생들이 전학생들을 무시하는 이유는 단순한 계급 차이가 아니다. 사실 그들 안에는 "혹시 내가 가진 특권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다. 이 불안은 그들에게 꼴 보기 싫음이라는 감정으로 변환된다.

반대로 가난한 전학생들이 부자들을 미워하는 이유도 단순한 정의감이 아니다. 사실 그들 안에는 "나도 저런 부를 얻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하지만 이 욕망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무력하게 느껴질까 두렵기 때문에, 욕망은 미움으로 바뀐다. 결국 부자와 가난한 학생들이 서로를 미워하는 이유는 다르지 않다.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융은 이를 이렇게 설명한다."우리가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은, 대개 우리 안에서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성질이다."

〈엘리트〉 속 학생들이 서로를 향해 "꼴 보기 싫다"고 말할 때, 그들은 사실 자기 안의 욕망과 불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꼴 보기 싫음은 대개 비교의식과 연결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지만 동시에 불편하다.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나은 사람을 보면, 열등감이 미움으로 바뀐다.


〈엘리트〉는 이 과정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가난한 전학생 나디아는 부유층 친구 루와 끊임없이 비교된다. 루의 화려한 생활은 나디아의 욕망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열등감을 일으킨다. 이때 나디아가 루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꼴 보기 싫음"이라는 복합적 감정이다. 왜냐하면 루의 모습은 그녀가 내면 깊이 억눌러온 욕망을 거울처럼 비추기 때문이다.


꼴 보기 싫음은 개인의 심리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집단 차원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엘리트〉 속 부유층 아이들은 한 목소리로 전학생들을 배척한다. 이는 개인적 혐오가 아니라, 집단적 그림자 투사의 결과다. 사회 전체가 감당하기 힘든 불안과 욕망을 특정 집단에게 던질 때, 그 집단은 '꼴 보기 싫은 존재'가 된다.

융은 경고했다."개인이 자기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을 때, 그것은 집단 전체의 그림자가 된다."


〈엘리트〉의 학교는 작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생들은 자기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고, 집단은 그 투사된 그림자를 확대하여 갈등과 분열을 낳는다.

꼴 보기 싫음은 가까운 관계에서 더욱 강렬하게 나타난다. 연인, 친구, 가족 안에서 반복되는 갈등은 대개 서로의 그림자가 부딪히는 순간이다. 〈엘리트〉에서도 연애 관계 속에서 "왜 저렇게 집착해?", "왜 저렇게 이기적이야?"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감정은 종종 자기 안에도 존재하는 성질이다.

예컨대, 루가 연인을 향해 과도하게 집착할 때, 다른 인물들은 그녀를 혐오하지만, 사실 그 집착은 우리 모두 안에 있는 "사랑받고 싶은 욕망"의 왜곡된 표현이다. 꼴 보기 싫음은 늘 "저건 내 안에도 있을 수 있다"는 불편한 깨달음을 불러온다.


불편한 감정은 단순히 피해야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이해의 통로가 된다. "나는 왜 저 사람이 꼴 보기 싫을까?"라는 질문은, "나는 내 안의 어떤 부분을 인정하지 못했는가?"라는 더 깊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부자의 오만이 꼴 보기 싫다면, 나는 내 안의 권력욕을 얼마나 억눌러왔는가? 가난한 전학생의 열등감이 꼴 보기 싫다면, 나는 내 안의 무력감을 얼마나 부정해왔는가? 집착하는 연인이 꼴 보기 싫다면, 나는 내 안의 의존 욕망을 얼마나 억압해왔는가?

이 질문들은 불편함을 자기 성찰의 거울로 바꾸어준다.


다음 회 예고싫음이 관계를 어떻게 왜곡하는가? 〈가쉽 걸〉, 〈유포리아〉,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를 통해 싫음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왜곡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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