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요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결국은 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에 후회가 없도록 하면 되는 거다.
워킹맘으로 지내다 보면 나는 매일을 허덕대며 열심히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남편의 불만이 생길 수도 있고, 아이의 서운함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최선을 다했고 내 마음에 후회가 없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런 내 생각을 이기적이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여기서의 전제는 정말로 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도 주관적인 것이라서 내가 생각하는 최선이 남들이 보기에는 최선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각자 자신의 그릇과 능력치가 다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 자신을 속이지는 않도록 내 능력에 최대치를 발휘하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남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너무 남과 비교하면서, 혹은 주변의 평가에 흔들리면서 힘들어하면, 나의 정신건강과 몸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자녀가 어릴 때는 어찌어찌 주변의 도움으로 버텼지만,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대학 입학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주변에서(보통은 가장 가까운 가족이) 일하는 엄마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때도 흔들리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타고난 능력과 적성이 다르면 이에 부모도 적응하듯이, 태어난 환경과 상황이 다르면 아이도 그에 적응해야 한다. 누구나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겪는 것이 인생에서 필요하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잘하는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보내왔고 여전히 그렇게 지내고 있다. 친구들은 나에게 말하길 나의 최선은 다른 사람의 10배라고 한다. 그만큼 나는 아이에 최선을 다했고, 아이를 우선순위로 모든 것을 조절했다. 그럼에도 남편은 여러가지 불만이 있었고 아이도 어릴 때는 서운함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매일을 되돌아봤을 때 적어도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후회가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우선순위를 아이보다는 일에 두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어도 해외출장을 밥먹듯이 가야하고 아이가 어릴 때부터도 야근이 많은 경우도 있다. 이런 때는 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아이에게 온전히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와 있는 시간에는 (아주 급한 일을 제외하곤) 핸드폰을 멀리하고 아이와의 시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부족하고 서운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
아이와의 관계는 어릴 때부터 쌓여가는 것이라서 뒤늦게 갑자기 만들어지기 어렵다. 예전에 일만 하던 아버지들을 생각하면 된다. 여자는 엄마라는 특성상 아이가 아빠보다 찾는 경우가 많고 엄마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이가 엄마를 찾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 시간만 잘 보내면 좀 편해지는 시간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