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살아보니 맞는 말인 것 같다. 정도의 차이가 바뀔 수는 있지만, 큰 틀에서 타고난 성격이나 성향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물론 본인의 부단한 노력이 있다면 간혹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는 아직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 아이도 타고난 성향과 성격은 있지만 자라면서 주변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바뀌기도 한다. 모든 아이에게 다 해당되는 얘기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아이는 많이 변했다.
어릴 때 나의 아이(아들)는 너무 수줍어서 문화센터 수업을 가면 30분동안 밖에 서 있었다.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문화센터 수업은 길어야 1시간인데 30분을 밖에서 서 있으니 그냥 돈을 버리며 왔다갔다 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오죽하면 선생님이 "어머니 걱정되시겠어요"라고 할 정도였다.
심지어는 주말마다 가는 시댁을 가도 밖에 한참 서 있다 들어갔도, 내 친구 집에 처음 놀러가면 말할 것도 없이 밖에 한참을 서 있었다. 이 때 나는 야단치거나 윽박지르지 않았다. 달래고 설득하다 그냥 같이 기다렸다. 사실 내 성격으로는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가 뭔가 두렵거나 불안하 게 있나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이런 시기가 1년 정도 지속되었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지금은 (여전히 수줍은 면은 약간 있지만)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반에서 회장도 하면서 지낸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에 큰 관심이 없이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일주일에 5번을 운동을 했다. 야구, 농구, 테니스, 탁구 등. 운동신경도 좋고 운동도 잘했다. 본인이 정말 원하면 운동을 해도 충분히 지원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숙제와 공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숙제는 거의 한 적이 없고 심지어는 놀이터에서 놀면서 교과서를 놓고 와도 3일동안 찾지 않았다.
매일 학교에서 오면 숙제가 있는지 물었는데 숙제는 항상 없다는 것이 답이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학교 가기 직전에 "아차 이런 숙제가 있었나봐"라고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내가 푹푹거리며 걱정을 하면 "지금이라도 생각난 게 어디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왜 내가 숙제를 안 한건데 엄마가 걱정을 해요?"라고 반문했다. 교과서를 잃어버린 지 3일이 지나고서야 교과서가 없어졌다고 찾는 아이였다. 전형적인 모범생 스타일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발 숙제만이라도 하라고 당부해도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면서 주변 친구들한테 자극을 받고서 갑자기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니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숙제를 안하던 아이가 갑자기 엄청난 모범생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스스로 숙제도 챙기고 공부도 하겠다고 나서더니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시작이 늦으니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스스로 하는 것이 기특해서 열심히 칭찬하고 물개박수를 치면서 응원했다.
부모 노릇하기가 제일 힘든 것 같다. 나와는 성향이 다른 아이를 참고 기다리는 법. 잘한다고 칭찬하고, 필요할 때는 냉정한 판단을 하면서 야단을 치기도 하는 것. 쉽지 않다. 그래도 여전히 나의 감정을 다스리면서 기다리고 응원하려 노력한다. 모든 부모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