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디베어 Jul 15. 2023

나는 수십 년 동안 노예였다 2

두 번째,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이 가스라이팅 당하기 쉽다.

Unsplash의 Antoine Dautry


 30대인 나의 삶을 돌아보면 반복되는 패턴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수학 점수가 거의 수였다.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에서 처음으로 수학을 100점 맞았다. 100점을 맞은 것에 대한 쾌감과 수학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다른 과목 점수는 별로 일지라도 수학은 좋은 편이었다. 돌아보면 수학을 좋아하거나 잘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수학을 잘하는 나로 비치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수학으로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나는 정서적 노예였다. 내 주인은 ‘인정’이었다. 살면서 인정받기 위해 몸부림쳤었다. 언제나 열심히 하고 상사가 100을 원하면 200을 해내는 사람이 나였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의 느낌과 욕구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나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마음의 상처뿐만 아니라 몸에도 상처를 주고 있었다. 과로, 대상포진 등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수십 년 동안에 걸쳐 설정된 내 체계가 건강하지  않음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재설정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성장하고 발전하지 안 그래?'
'그러니까 당연히 인정도 받고 내가 잘하고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나는 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무지했다. 인정이 나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정에서 칭찬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10대 시절 부모님에게 칭찬받았던 기억은 없다. 항상 사랑을 갈구하던 나였다. 당시의 나에게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있었는데 칭찬해 주는 사람은 편하고 좋은 사람 그 외에는 보통이거나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칭찬만 해주면 좋은 사람인 줄 알고 사기당한 적도 있었다. 이성을 만날 때도 이 부분은 한몫을 했다. 나의 연애패턴을 보면 비슷한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나를 칭찬해 주는 사람 = 좋은 사람’이라는 도식으로 인해 손해 본 적이 있다면 ‘인정’이 나의 주인인지와 또 부모로부터 어떤 사랑을 받았는지 점검해 봐야 가스라이팅으로부터 탈출하기 수월해진다.





Unsplash의 British Library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보다 내가 나를 인정하면 된다>

나는 인정받기 위해 살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인정의 노예가 아니다. 인정받으면 기분은 좋지만 인정받기 위해 과도하게 일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을 좋아했다. 인정받으면 가슴이 뛰었고 더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또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한 가지 맡은 일을 끝낼 때까지 쉬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완성하려고 쉼 없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런데 정작 자세히 보면 나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입장이랄까? 나는 어색하지만 내가 잘한 것을 하나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의 50%나 했구나 수고했어. 이 부분은 잘된 거 같아.”
“고생했다. 10분만 머리 식히고 할까?”
“아까 차장님 말 듣고 속상했지? 열심히 했는데 그런 말 들으니까 나도 속상하더라.”



애착이론의 창시자인 존 볼비는 부모의 돌봄을 잘 받은 자녀는 나중에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자신을 돌본 방법으로 자신을 돌봐준다고 말했다. 나는 이전에 쉼 없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을 돌보면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당신이 타인의 칭찬을 갈구하고 있다면 먼저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해 주고 격려해 주면 어떨까? 그러면 사람의 반응에 예민했던 모습이 점점 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07화 나는 수 십 년 동안 노예였다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