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아이들을 짝사랑하는 선생님의 숙명,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사랑하는 4반,
언젠가 선생님 해줬던 [겁]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니? 선생님과 제자는 만 겁의 인연이라고 하더라.
내 녀석들, 우리가 함께 보내온 시간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인연으로 하여금 허락된 것이었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 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이런 귀한 인연이 닿아 서른네 명의 개구쟁이들과 이렇게 매일 아침 인사를 하고 공부를 하고 밥을 먹으며 그렇게 지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또 있을까? :)
열 달이라는 약속된 시간이 정말 너무도 빨리 흘러간 것 같구나. 마지막 하루를 남겨둔 지금, 빈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함께 보내온 시간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그렇게 뇌리를 스쳐간다.
하루하루가 신나고 즐거웠고, 가끔은 힘든 날도 있었지만 밝고 맑은 너희를 보면 힘이 마구마구 솟았던 것 같아. 그렇게 보내온 시간 동안 너희가 선생님 가슴에 얼마나 깊이 자리 잡았는지,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또 뿌듯한 마음, 아쉬운 마음, 그런 마음들이 가득가득하다. 선생님이 될 준비를 하면서 늘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기다려지고 기대하게 되었단다. 우리 4반은 늘 그 기대 이상으로 선생님을 놀라게 했지. 너희들을 만나면서 선생님이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단다. 선생님들은 평생 아이들을 짝사랑한다던데, 무엇보다 선생님에겐 너희가 첫 제자라 더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될 것 같구나.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있었고,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것을 잘 알았기에 더 행복한 날들이었던 것 같아.
선생님은 우리가 좀 더 의미 있고 진실된 삶을 살도록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노력하자 했는데 그런 것들이 너희에게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구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렴. 너희의 모습을 선생님이 늘 지켜볼 거란다. 언제 어디서 마주치더라도 부끄럽지 않고 마냥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할 수 있게 열심히 지내자.
기쁘게 너희를 3학년으로 올려 보내련다. 이것이 정녕 우리의 마지막은 아닐 터이고,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한 우리는 늘 함께 있는 것일 테니까. :)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내 녀석들.
우리 건이는 글씨를 참 잘 쓰는구나. 석봉님이 울고 가실 것 같아.
만약에 김반장이 없었더라면, 무슨 재미로 학교 다닐까, 해가 떠 김반장, 달이 떠도 김반장, 김반장이 최고야.
어머 우리 철이 드디어 멋진 앞니를 갖게 되었구나, 축하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