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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고민 해결책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by 세일러 문



"엄마~, 커서 엄마랑 결혼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모처럼 엄마와 단둘이 있는 시간(누나가 학원에 가고 아빠는 운동 간,) 옆에서 아들은 아부에 가까운 재롱 중이다.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아들은 커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이 불편할 때면 와다다다 달려와 엄마 냄새를 맡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 돌아가곤 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것도 같은데도, 아직도 열렬히 사랑을 외치며 마르고 닳도록 뽀뽀를 해대는 사랑둥이 아들. "엄마~"하고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사랑해사랑해사랑해" 목에 얼굴을 부비는 습관. 이 열한 살 사랑둥이 아들 덕에 팔자에도 없는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후후 숨을 고르며 [마법의 고민 해결책]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고민을 떠올리고, 책을 넘기다가 '여기다!' 싶은 어느 장에서 멈춘다.

장애물이 있다 잘 헤쳐나가자.


껄껄껄껄. 우하하하. 낄낄낄

"그래 아들, 이번 생엔 틀렸어. 다음 생에나 어떻게 해볼까?"

한 바탕 웃고 나니 기분이가 좋다.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을 연년생으로 낳았다. 한 배에서 나왔는데 (심지어 제조시기도 비슷한데) 둘은 어찌도 다른지. (정이 많은 것 같으면서도) 시니컬&범생인 딸과 그저 해맑은 (뇌까지 해맑은) 사랑둥이 아들은,, 정말이지 화성에서 온 딸, 금성에서 온 아들 버전이랄까.


기질적으로 순한 아이는 아니지만 조심성 많고(어? 나...오늘 이 비슷한 거 하고 왔는데?;;;행발;;;;직업병인가)겁이 많은 덕에 키우면서 사건 사고가 거의 없이 편하게 첫째를 키웠다. 그리고 정반대의 성향인 둘째, 연일 빵빵 터지는 사건들 속에 "와 첫째는 정말 발로 키웠구나.", "얘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생각했던 밤이 많았다. 그렇게 고마운 존재인 나의 첫째에게 치명적인 어려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걱정"이었다.


아이가 어려움이나 고민, 걱정 등 부정적인 것들을 마주했을 때, 가벼운 마음이길 바랐다. 너무 진지하게 이고 지고 싸매며 그것들을 눈덩이마냥 키우기보다는, 보다 가볍게- 훌훌 털고 일어나- 문제 안의 성장 포인트를 캐치할 줄 알았으면, 생각했다.


어느 날에는 베개 밑에 걱정인형을 같이 놓고, 아이가 잠들면 걱정인형을 숨겨두고

"햇님아, 걱정인형이 별님이 걱정을 가져갔네~."

하기도 했고,

또 어느 날에는 걱정을 풍선에 후후 넣어 팡, 하고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다 찾은 것이 바로 이 [마법의 고민 해결책].

그렇게 이 책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던 것이다.




엄마와의 결혼이 성사되지 않자, 아들의 숨은 본심이 나온다.


"아이쿠~ 게임이 하고 싶은데, 어뜨카죠?"


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가 후~,하고 내쉰 후 다시 마법의 고민 해결책을 훑는다.

신중하게 펼친 장에 쓰여있는,


지금은 때가 아니다.


'어머 요것봐라~.이 효자녀석' (효자녀석=마법의 고민 해결책)

"아잉~~~~~이게 뭐야. 엄마 그럼 할 일 다 하고서 오늘 영어단어시험 p 맞았으니 15분 게임 할게요."


아이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결말인가. 나는 그 어떤 잔소리도 하지 않은 좋은 엄마로 남았고, 아이의 고민은 아름답게 해결되었다. 이 책 덕분에.



"마지막으로 고민 하나만 더 물어봐야겠다. 엄마는 왜 이렇게 예쁠까요?"


요 녀석은 언제 이리 커서 이런 처세술을 겸비하게 되었는지 그저 감탄스럽다. 여자는 죽을 때까지 곱다, 곱다, 곱다 소리를 들으면 빈 말일지라도 기분이가 좋아지는 법.


쉽게 보지 말아라 발톱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



"와, 소름."

아들은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인 샤워를 하러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지금 글동무 17분과 매일발행 버스에 탑승해 있다.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덜고 꾸준히 쓰는 날들을 만들어가자는 마음이 모아져 오늘도 글동무님들의 발행은 폭주하고 있는데,,,

학교는 지금 아이들 생활기록부와 성적처리로 가장 바쁜 시기이다. 또한, 날씨도 무덥고 습하고,,,, 3월부터의 학교생활로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피로감이 많이 누적되어 있는 데다가, 방학맞이를 하려고 폭주 중인 아이들의 갈등으로 생활지도에도 어려움이 많다. 수사반장이 되어 사건을 조사하고 판관 포청천 뺨치는 판결을 내려,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같이 노력하며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돌아서면 또 다른 사건 발생, 사건 처리에 얼이 쏙 빠진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난 후에는 관련 아이들 학부모님들과의 상담... 다시 말해 나는, 내가 지금 반드시 해야만 하는 성적처리를 못 하고 있고, 못 했다는 얘기이다.

고로 시기적으로 이 매일 발행이 나에게는 어긋난 큐피트의 짝때기 같지만, 시험 때가 다가오면 안 읽던 책이 읽고 싶어지고 책상 정리를 하고 싶어지는 법. 하필 되게 글이 쓰고 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늘은 뭘 써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감이 1도 오지 않는 날이었다. 글감을 생각할 짬이 1도 없었고, 시간은 벌써 9시. 오늘은 3시간도 안 남았는데...이를 어쩐담.


고민- 고민을 하다가... 나도 손을 올려 본다. 마법의 고민 해결책.

숨을 고르고, 책을 훑다가..... '이거다!' 싶은 장을 펼쳤다.




무리하지 말아라 휴식이 필요하다


"와, 소름......도...도사님."


이쯤 되면 도사님, 이라는 호칭이 절로 나온다.

당신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는 마법의 고민 해결책.

고민이 있는 누군가에게 강력 추천드리며,,,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나겠사옵니다...




[고민 해결 사용법]
1. 복잡한 고민이나 질문을 생각합니다.
2. 손을 책 위에 올리고 10초 이상 집중하며 생각합니다.
3. 다른 손으로 책을 훑다가 답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 멈춥니다.
4. 페이지를 여는 순간, 궁금해하던 답이 나옵니다.


#마법의고민해결책#내돈내산#광고아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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