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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리 Jun 29. 2024

무기력에 대처하는 방법

카르페디엠 (현재에 충실하라)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한다고 누군가 그랬다. 마냥 쉬는 게 그렇게 달갑지 않을 거라고. 일을 다닐 때는 '나는 언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했는데 막상 일을 쉬니 그때의 열정이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하루하루 그냥 살고 있다. 특히나 호주에 온 뒤로 뭔가 무기력했는데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바깥에 활동을 할 때면 빨리 피곤해지고 다리는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무거워지고 오히려 그냥 계속 자고 싶었다.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도 엄청 피곤했는데 누군가 우스개 소리로 호주에는 유칼립투스 나무(유칼립투스의 잎에는 마취제 성분이 있다는 썰)가 많아서 잠이 많이 올 수 있다고 하는 것도 들었다. 분명히 유사과학이었지만 지금 내 상태를 봐서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던 찰나에, 남편과 호주의 한 장소에 가게 되었는데 거기는 입장할 때 등록된 회원이 아니면 여권이 필요하다. 거기 2층에 파는 쌀국수가 맛있어서 종종 가곤 했는데 남편이 저녁은 거기 가서 쌀국수를 먹자고 했다. 마침 차 안에 국제면허증이 있었기 때문에 여권대신 쓸 수 있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향했는데 입구에 다다랐을 때 남편이 갑자기 나보고 국제 면허증을 챙겨 왔냐고 물었다. 아뿔싸, 챙겨야지 해놓고 그냥 빈손으로 내려서 입구까지 걸어갔다. '아 왜 안 챙겼지..' 생각하면서 황급히 뒤돌아서 다시 가서 면허증을 가져오는데, 순간 너무 신기하게도 그전까지 분명 무거웠던 다리와 몽롱했던 정신이 바짝 차려지면서 순식간에 차로 가서 운전면허증을 들고 왔다. 그러고 깨닫게 된 것이 '아! 내가 그동안 너무 무기력했던 이유는 주체성이 없어서였구나' 이렇게 목적달성을 목표로 짧은 시간 걸었지만 몸과 정신 모두가 말짱해진 것을 보면서 그동안 목적 없이 그냥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데로만 살았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이 일을 통하여 내 안의 변화는 거대한 파도같이 몰려왔다. 이유를 모르면 몸은 그냥 적응한 대로 살아간다. 그동안에 내 안에 해봐야지 했던 것들은 있었지만 실천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지나쳤던 것이 많았고 그것이 쌓이다 보니 오히려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자꾸 회피했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 피폐해져 가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손은 댈 생각이 없으니 점점 더 하기 싫어지고 그러다 보니 사람자체가 무기력증에 빠지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을 계기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나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요 근래 하고 있는 것 중에 한 개는 브런치 글을 적는 것이고 매일 한 개씩을 목표로 적고 있지만 가끔 못 적을 때는 이틀에 한번 꼴이라도 적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시험공부도 6월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아침저녁으로 매일 다리 스트레칭을 하면서 주 2일 이상은 크로스핏에 다니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지내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노력하다 보니 느낀 것이지만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생기니 아침이 반겨지고 하루가 더 의미 있게 지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문득문득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지만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서도 자책하지 않고 또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지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일들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젊음이라는 시간은 바꿀 수 없는 시간이고 이렇게 체력이 되고 두뇌회전이 되고 기회가 있고 용기가 있을 때 많은 것을 해봐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혹시나 무기력에서 머물러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삶에 주체성을 가지고 조그마한 목표라도 이뤄보기를 추천한다.


그곳에서 먹은 쌀국수와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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