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래리 Jun 21. 2024

오밤중에 벌어진 대피소동

Evacuate now, Evacuate now!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찰나에 갑자기 "위용위용"하는 소리가 창문 너머 들리는 것이었다. 그때당시 남편은 자고 있었고 나는 '왜 오늘따라 잠이 안 오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깨어 있었는데 '멀리서 들리는데, 좀 있으면 꺼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속 누워있었다. 그렇게 1분이 지났는데도 소리가 꺼질 생각이 없었고, 남편은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바깥 상황을 보았다. 호주는 아파트가 높은 건물들이 별로 없고 주택이 많아서 불이 나게 되면 창문너머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바깥에 사람들이 나와있네, 소리는 분명 다른 건물인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이 나와있지?" 하면서 고민하다가 일단 옷을 입고 나가기로 했다. 휴대폰만 챙겨서 부랴부랴 대문밖을 나서는 순간, 우리 건물 전체에 엄청 크게 삐용삐용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Evacuate now"라는 대피소리가 들렸다. "지금 당장 대피하라"라는 말인데 호주아파트는 소음공사를 잘 시공해서 그런지 문 닫고 있었을 때는 우리 아파트라고 생각을 하나도 하지 못했는데 문 닫고 나오는 순간 공포의 소리와 더불어 저런 멘트가 나오니 정말 멘붕 그 자체였다.


     엘리베이터로 갈까 하다가 혹시 싶어서 비상구로 얼른 내려가니, 이미 바깥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상황을 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연기도 안 나고 해서 화재까지는 아니지만 센서가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혹시 안에서 삼겹살이나 담배를 펴도 작동이 될 수 있어서 다른 집에서 혹시 그렇게 하다가 센서가 작동되었나?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쨌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소방차 한대가 엄청 큰 소리를 내며 아파트 앞에 와서 섰고 소방대원들이 확인을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조금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자며 나를 데리고 아파트 전체가 보이는 곳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다른 주민도 보게 되었다. 첨엔 낯선 이가 우리 쪽으로 와서 주춤했는데 스몰톡을 걸면서 "왜 알람이 울렸을까? 토스트 먹다가 연기가 너무 났나?" 하며 얘기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방대원이 나왔고 별 이상이 없는지, 사람들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낮은 층수에 살고 있어서 다 같이 한꺼번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타고 집으로 올라왔다.




    아직까지 이유는 모른다. 여기는 어떠한 이슈가 생기면 메일로 연락이 오길래 기다려도 봤는데 연락이 없어서 이유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방음이 너무 잘된 나머지 우리 건물에 경고 알람이 울리는 건 줄도 몰랐던 것은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좀 충격이었고(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 집에만 안울린거였다. 소방 점검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엄청 나게 시끄럽게 울려된 걸 목격했다 ㅋㅋ;;), 호주도 "Evacuate now"라고 그렇게 경고 알람이 울리는데도 계속 집에 있는 사람도 있었다. 생각보다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서 그런 건지, 센서가 엄청나게 예민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일을 계기로 소방알람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소방 알람 하니까 생각난 건데 한국에서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할 때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소방알람이 가끔씩 오작동을 한다고 한다. 그때에 3번이나 오작동을 경험했는데 그것도 다 새벽에 말이다. 심지어 14층이라서 새벽에 혼자 그 계단을 내려가 알람이 꺼질 때까지 밤에 혼자 바깥에 나와있는 것도 너무 무서웠는데 이제는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게 뭔가 안정감이 들었다.





    최근에 또 이 알람이 울려서 대피한 적이 있는데, 마침 그때 샤워 하고 있는데 별안간 대피 소리가 들리더니 빨리 나오라고 하는것이다. 물도 대충닦은 상태에서 옷을 껴입고 밖에 나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사람들이 모여 있고 소방대원이 와서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집 1층엔 헬스장이 있는데 거기 화장실에서 누가 데오도란트를 엄청 나게 뿌렸는데 환기가 안되고 하니까 소방 알람이 울린것이다.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데오도란트 때문에 울린 알람을 보며 엄청 예민하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에 연기가 나는 모든 요리를 할때면 무조건 창문을 열고 하는 습관이 생겼다. 소방 알람이 잘 못 울려 소방차가 출동하게 되면 어마어마한 벌금이 부여된다니 미리미리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소방차 등장



이전 04화 부족한 영어실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