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7월인 현재와 시간 차이가 나고 현재 저의 남편이지만, 이 당시엔 남자친구라고 명칭 한 것을 참조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웨딩을 준비하다 보면 알다시피 신부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스드메가 아닌가 싶다. 스드메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말하는 웨딩용어이다. 드레스와 메이크업은 다들 알 것 같아 넘어가고 스튜디오는 말 그대로 모바일 청첩장을 만들 때 사용되는 사진을 찍는 공간을 말하는데 거기서 예비신부들은 평소에는 전혀 입을 일 없는 드레스를 입어보고 전문가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받는 즐거움이 결혼 준비를 하면서 기대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인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드레스를 입어보고 하는 게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다.
그런데 남자친구(그 당시)가 호주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남들처럼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상황에 맞는 일은 아니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많이 생각해 본 것이지만, 나는 주로 남들이 하는 길을 따라가려는 성향을 추구했었고, 그렇게 하는 게 무탈하게 다 맞는 일인 것 같았기 때문였다.
그러나 호주에 있는 남자친구와 한국에 있는 나의 결혼준비는 우리의 상황에 맞게 여러 가지를 다르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내 성향상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우리의 결혼식인데 우리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이끌어가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 후에는 다른 사람들과의 결혼준비를 비교하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현재 일하고 있는 시드니에 와서 스튜디오에서 찍는 대신 웨딩 스냅을 찍기로 결정을 했고, 이 사진을 가지고 청첩장을 제작하기로 했다. 웨딩스냅은 사진작가가 우리가 원하는 루트의 명소 코스를 예약을 하면 사진을 찍어주고 선택한 20장을 포토샵을 해서 주는 것이다.
웨딩 스냅을 찍기 위해서 메이크업이랑 헤어를 돈을 주고받는 사람도 있었지만 호주물가가 물가인지라 돈을 많이 쓸 수 없었던 나는 셀프로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한국에서 들고 온 드레스와 구두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고, 남자친구는 그 전날 양복 매장을 가서 양복을 구매하였다.
그렇게 나름의 준비를 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남이 찍어주는 사진을 둘 다 찍어본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뚝딱이 인형처럼 너무 부자연스러웠다. 그래도 기사님이 계속 코칭하면서 두 분이 서로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자연스럽게 사진에 찍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드니 명소 몇 군데를 돌면서 사진을 찍으니 관광명소마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외국인 분들이 부케를 들은 나에게 축하한다고 너무 이쁘다고 해줘서 그것도 예상치 못한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남자친구의 지인분이 감사하게 도움을 주셔서 짐 같은 것도 맡길 수 있었다. 그러나 구두를 오랜만에 신고 2시간을 돌아다니면서 찍으니 양쪽발이 다 까지고 뒤꿈치도 까져서 걷는데 무리가 있긴 했지만 일생에 다시없을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고통을 무릅쓰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루가 지나고 우리는 사진을 받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흔들린 사진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진짜 힘들었다. 컴플레인도 걸고 싶을 정도로 흔들린 사진들이 많아서 진짜 아쉬움도 컸다. 웨딩스냅은 두 사람이 주인공인데 한 사람에게만 포커싱이 가 있어나 아예 배경에 포커싱이 가있는 것을 보면서 진짜 실망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잘 나온 사진 몇 개를 건져서 포토샵을 부탁하려고 했는데 20장을 하면 2주가 걸린다고 하였다. 우리는 모바일 청첩장을 최대한 빨리 보내서 어른들한테도 전달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너무 딜레이가 되어서 내가 셀프로 포토샵을 배워서 진행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청첩장이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호주에 와서 평소라면 내가 안 했던 것도 배우고 실제로 써보고 하는 게 웃기지만 재밌었다. 사람이 열정이 있으니까 밤을 새워서라도 빨리 완성하고 싶었고 자면서도 포토샵 할 생각에 설레하면서 잠들었었다. 그렇게 완성된 청첩장을 부모님께도 다 보내드리니 너무 이쁘다고 다들 만족하셔서 또 한 번 더 기분이 좋았다.
호주 와서 더 느끼는 거지만 불행의 시작은 남들과의 비교에 있는 것 같고, 나는 그걸 생각보다 무의식적으로 많이 했던 것 같다. 타인의 의견에 무조건 따라 했던 경험들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우리 방식대로 하는 게 괜히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호주에서 많이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