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과거에서 머무는가

우울을 지나 얻은 것들

by B 비

나는 우울의 이유를 찾을 때면 늘 과거로 먼저 돌아간다. 그곳에서 원인을 찾아내고, 그 탓에 더 우울해지고, 그러고 부모를 탓하고 가족을 탓하고 친구를 탓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그 생각을 마무리하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아무리 되돌아봐도 바꿀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안에 머문다. 그러다 보면 현재라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결국 미래의 나는 오늘 이 시간을 후회하며 또다시 우울의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내가 우울했던 동안 이룬 것이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자책 때문이다.


이따금 문득 생각한다. 나는 우울과 고통이라는 둘레에서 정말 벗어날 수 없는 걸까? 과거에 갇혀 현재를 잃고, 다시 그것이 미래의 상처가 되는 이 악순환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그러면서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무엇을 놓쳤는지보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과거는 해석의 문제고, 현재는 선택의 문제다.


내가 어떤 시선으로 하루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지금 이 순간이 나를 묶을 수도, 풀어줄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단순히 밝게 웃는다는 뜻은 아니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되, 그 감정 속에 머물러만 있지 않으려는 작은 의지. 그게 첫걸음인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경험에서부터 길러지는 것 같다. 오늘 하루 무사히 지나간 것, 따뜻한 햇살 한 줌, 고양이의 느긋한 숨소리, 따뜻한 차 한 잔. 이런 아주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담는 습관. 그것이 삶을 덜 어둡게 만드는 연습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리고 무덤덤한 마음이란, 무관심이 아니라 ‘쉽게 휘둘리지 않는 단단함’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감정이 밀려올 때, 그 감정과 너무 가까이 서 있지 말고,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자. “아, 내가 또 이런 감정을 느끼는구나” 하고 스스로를 알아차리는 일.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덜 복잡해진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매일을 조금 덜 후회하고, 조금 덜 무너지는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여전히 연습 중이고, 여전히 흔들리지만, 이제는 그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그것이면, 오늘 하루는 잘 살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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