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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 Sep 05. 2023

바다를 보지 않은 이유

-16행의 변명

바닷가에 살면서

바다를 보지 않은 지 족히 일 년이 넘었다


느리게 일렁이는 수평선을 보고 있자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되고

수평선 앞에서

곧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사라져야만 할 것 같은 이상한 불안에

바다로 가는 길목

길목 중턱에서 멈춰 돌아서는 일이 잦았는데


일 초 이상 지속되는 법 없는 경치를 앞에 두고도

순간이 영원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게 최악의 순간은 영원이고

영원히 이어지는 물결이고

둥근 지구 위로 끊임없이 퍼지는 파동이며

최고의 순간은 항상 찰나였다

모래 위에 희게 부서지는 찰나가 내 최고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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