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5. 나는 내 인연에 얼마나 정성을 들였나

by 채선후

가을볕이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며칠 하늘은 파랗고 볕은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다. 가만히 창가에 들어오는 가을볕을 본다. 창문가에 놓아둔 화초 잎들이 볕을 받아 더욱 싱그러워 보인다. 하늘아래 누구나 할 거 없이 볕을 쐬인다. 그 볕을 받지 않은 것이 있을까. 가을볕이 땅위의 가을걷이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어제는 삼성사를 지나는데 노란 은행잎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파란 잎이 누렇게 되도록 볕이 정성을 들인 것이다. 저토록 노랗게 색이 변하도록 얼마나 정성을 들였을까. 있어도 없는 듯 조용히, 햇볕이 골고루 세상만물 공평히 볕을 쬐이듯 그렇게 티나지 정성을 들여 온 것이다. 길바닥에 듬뿍 쌓인 은행잎들이 볕이 쓰다듬은 정성이 모여 있는 거 같아 차마 밟지 못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내 인연에 정성을 들였나. 작고 어린 새파란 잎이 찬바람에 벌벌 떨 때 나는 무엇을 했나. 가만히 나를 만나고 있는 인연들을 생각한다. 있어도 없는 듯 세상만물 골고루 볕을 쬐이듯 나는 얼마나 손길이 되어 주었는가. 가을이 빨리 가고 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내 살아옴을 다시 생각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고전과 함께 나를 쓰다